배터리와 충전
전기차에서 가장 무겁고 가장 비싼 부품은 배터리다. 대표적인 팩은 400~500 kg에 수천 개의 셀을 담고 있으며, 주행 거리와 충전 시간, 가속 성능, 겨울철 불편함, 차의 수명까지 대부분 여기서 정해진다. 이 장은 셀 하나 안에서 리튬 이온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출발해, 셀을 수백 개 묶은 팩, 그것을 지키는 BMS, 열과 수명, 충전 곡선, 그리고 계기판의 주행 가능 거리가 어떻게 계산되는지까지 차례로 올라간다.
- 리튬 이온 셀에서 이온과 전자가 각각 어느 길로 움직이는지, 셀 전압이 왜 3~4 V인지 설명한다.
- 용량(Ah), 에너지(Wh), C-rate, 에너지 밀도를 구분하고 NCM과 LFP의 차이를 비교한다.
- OCV와 내부 저항으로 이루어진 등가 회로로 전압 강하와 발열을 계산한다.
- 직렬·병렬 구성으로 팩 전압과 용량을 설계하고 400 V와 800 V 구조의 차이를 이해한다.
- BMS의 SOC 추정과 셀 밸런싱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 급속 충전 곡선이 SOC와 온도에 따라 꺾이는 이유와 10→80 % 시간을 계산한다.
- 속도·기온·공조에 따른 전비와 주행 거리 변화를 추정한다.
리튬 이온 셀: 이온은 안으로, 전자는 밖으로
배터리 셀은 네 가지 재료로 되어 있다. 리튬을 품을 수 있는 두 전극인 음극(anode)과 양극(cathode), 두 전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만 지나다니게 하는 액체 전해질(electrolyte), 두 전극이 직접 닿지 않게 막는 다공성 분리막(separator)이다. 음극은 흑연 가루를 구리 박에, 양극은 리튬 금속 산화물 가루를 알루미늄 박에 얇게 발라 만든다.
핵심은 길이 둘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전해질은 이온은 통과시키지만 전자는 통과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리튬 원자가 음극에서 나올 때 이온 \(\mathrm{Li^+}\)과 전자 \(e^-\)로 갈라지면, 이온은 셀 내부의 전해질을 건너고 전자는 셀 바깥의 도선으로 돌아가야만 양극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바깥으로 돌아가는 그 전자의 흐름이 우리가 쓰는 전류다.
리튬은 전극 재료와 화학 결합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정 구조의 빈자리에 끼어 들어갔다 나온다. 이를 인터칼레이션(intercalation, 층간 삽입)이라 한다. 흑연은 탄소 층 사이에, 양극 산화물은 격자의 빈자리에 리튬을 받는다. 전극의 뼈대가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수천 번 되풀이할 수 있다. 방전 때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셀 전압은 어디서 오는가
리튬은 흑연 속에 있을 때보다 양극 산화물 속에 있을 때 에너지가 훨씬 낮다. 높은 곳의 물이 아래로 흐르려는 것과 같아서, 리튬은 음극에서 양극으로 가려고 한다. 그 에너지 차이를 전자 하나당으로 나눈 값이 셀 전압이다. 리튬 금속을 기준으로 흑연은 약 0.1 V, NCM 계열 양극은 약 3.8 V, LFP 양극은 약 3.4 V에 있으므로 셀 전압은 각각 약 3.7 V와 약 3.3 V가 된다. 전압은 재료가 정하는 값이지 셀의 크기와는 무관하다. 셀을 키우면 전압이 아니라 용량이 커진다.
전류가 흐르지 않을 때의 단자 전압을 개방 회로 전압(Open Circuit Voltage, OCV)이라 한다. 리튬이 음극에 많이 남아 있을수록, 곧 충전 상태(State of Charge, SOC)가 높을수록 OCV가 높다. OCV와 SOC의 관계 곡선은 셀의 지문과 같아서 뒤에서 여러 번 다시 쓴다.
셀 내부 들여다보기
양극재, 셀 형태, 그리고 숫자 읽는 법
음극은 거의 모든 차량용 셀이 흑연(일부는 실리콘을 조금 섞는다)을 쓰므로, 셀의 성격은 주로 양극재가 정한다. 현재 전기차의 주류는 두 갈래다.
| 항목 | NCM / NCA (삼원계) | LFP (리튬 인산철) |
|---|---|---|
| 양극 조성 | 니켈·코발트·망간(또는 알루미늄) 층상 산화물 | \(\mathrm{LiFePO_4}\) 올리빈 구조 |
| 공칭 전압 | 약 3.6~3.7 V (2.8~4.2 V) | 약 3.2 V (2.5~3.65 V) |
| 셀 에너지 밀도 | 대표적으로 약 220~280 Wh/kg | 대표적으로 약 150~190 Wh/kg |
| 사이클 수명 | 대표적으로 1,000~2,000회 | 대표적으로 3,000회 이상 |
| 열 안정성 | 고온에서 산소를 내놓기 쉬워 상대적으로 불리 | P–O 결합이 강해 산소 방출이 어렵다 |
| 원가 | 니켈·코발트 때문에 높다 | 철과 인산이라 낮다 |
| 약점 | 가격, 열 안정성 | 에너지 밀도, 저온 성능, 평평한 OCV로 SOC 추정이 어렵다 |
니켈 비율을 높이면(NCM 811 등)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지만 열 안정성과 수명이 나빠진다. 그래서 장거리·고성능 차는 삼원계를, 보급형과 상용차는 LFP를 쓰는 경향이 있다.
용량, 에너지, C-rate
셀의 용량은 꺼낼 수 있는 전하량이고 단위는 Ah다. 에너지는 용량에 전압을 곱한 값으로 Wh다. 차의 주행 거리를 정하는 것은 에너지다.
C-rate를 쓰면 크기가 다른 셀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다. 5 Ah 원통형 셀의 10 A와 100 Ah 각형 셀의 200 A는 둘 다 2 C로, 셀이 받는 부담이 비슷하다. 에너지 밀도는 질량당(Wh/kg, 비에너지)과 부피당(Wh/L)으로 나누어 말한다. 셀 수준의 값과 케이스·냉각·배선을 포함한 팩 수준의 값은 다르며, 팩은 대표적으로 셀의 60~75 % 수준이다.
60 Ah, 공칭 3.65 V인 NCM 셀의 에너지는 \(60 \times 3.65 = 219\) Wh다. 비에너지가 250 Wh/kg이면 셀 질량은 약 0.88 kg이다. 이 셀로 77 kWh를 만들려면 \(77{,}000 / 219 \approx 352\)개가 필요하고 셀만 약 308 kg이다. 팩에서 셀이 차지하는 질량 비율을 68 %로 보면 팩 질량은 약 450 kg, 팩 비에너지는 약 170 Wh/kg이 된다. 이 팩에서 150 kW를 꺼내는 것은 \(150/77 \approx 1.9\) C에 해당한다.
등가 회로: 전압 강하와 발열
셀 내부의 전기화학을 전부 풀지 않아도, 단자에서 보이는 거동은 간단한 회로로 잘 흉내 낼 수 있다. SOC에 따라 변하는 전압원 OCV, 전류가 흐르는 순간 바로 전압을 떨어뜨리는 직렬 저항 \(R_0\), 그리고 수 초에서 수십 초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는 전압 변화를 담당하는 저항–축전기 쌍 \(R_1 \parallel C_1\)이다. BMS 안에서 실시간으로 도는 모델도 대부분 이 형태다.
두 가지 결과가 여기서 나온다. 첫째, 전류를 많이 뽑을수록 단자 전압이 내려가므로 같은 SOC라도 하한 전압에 더 빨리 닿는다. 둘째, 손실은 전류의 제곱에 비례하는 열로 나온다. 내부 저항은 온도가 내려가면 급격히 커진다. 전해질이 끈적해져 이온이 느려지기 때문이며, 영하 20 °C에서는 상온의 몇 배가 된다. 겨울에 출력이 제한되고 주행 거리가 줄어드는 근본 원인이다.
내부 저항 합이 2 mΩ인 60 Ah 셀에서 200 A(약 3.3 C)를 뽑으면 전압 강하는 \(200 \times 0.002 = 0.4\) V다. OCV가 3.7 V였다면 단자 전압은 3.3 V로 내려간다. 발열은 \(200^2 \times 0.002 = 80\) W이고, 이런 셀이 192개 직렬이면 팩 전체에서 약 15 kW가 열로 나온다. 같은 조건에서 저항이 4배인 추운 날이라면 강하가 1.6 V가 되어 하한 2.8 V 아래로 떨어지므로, BMS는 전류를 그만큼 허용하지 않는다.
전류 펄스와 전압 응답
셀에서 팩으로
셀 하나는 4 V 안팎이라 모터를 돌리기에는 전압이 너무 낮다. 셀을 직렬로 이으면 전압이 더해지고, 병렬로 이으면 용량이 더해진다. 표기는 "96s2p"처럼 쓴다. 병렬로 묶은 2개가 한 단을 이루고 그런 단 96개가 직렬이라는 뜻이다.
전통적으로는 셀 십여 개를 모듈로 묶고 모듈 여러 개를 팩 케이스에 넣었다. 모듈은 조립과 정비에 편하지만 케이스와 엔드 플레이트가 무게와 부피를 차지한다. 그래서 모듈을 없애고 셀을 팩에 바로 채우는 셀 투 팩(Cell-to-Pack, CTP), 나아가 팩 윗면이 곧 차 바닥이 되는 셀 투 바디 구조가 늘고 있다. 팩에는 셀 외에 버스바, 냉각판, BMS, 메인 릴레이(컨택터), 퓨즈, 전류 센서, 수동 차단 플러그가 들어 있다.
400 V와 800 V
"400 V 시스템"은 NCM 셀 약 96개 직렬(공칭 약 350 V), "800 V 시스템"은 그 두 배인 약 190~200개 직렬을 말한다. 같은 에너지의 팩이라면 800 V 쪽은 병렬 수가 절반이므로 팩 용량(Ah)은 절반이고 에너지는 같다. 차이는 전류에서 난다. 같은 전력을 보내는 데 전류가 절반이면 되므로 도선의 발열 \(I^2 R\)은 4분의 1이 된다.
급속 충전에서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 충전 케이블과 커넥터가 견딜 수 있는 전류는 대표적으로 약 500 A까지이므로, 350 V 팩은 그 전류로 약 175 kW까지밖에 못 받지만 700 V 팩은 약 350 kW를 받을 수 있다. 대신 800 V용 인버터와 부품은 더 높은 내압의 반도체(SiC, 15장)가 필요하다.
팩 설계기
BMS: 셀을 지키는 두뇌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은 모든 셀의 전압, 여러 지점의 온도, 팩 전류를 쉬지 않고 재면서 다섯 가지 일을 한다.
- 감시와 보호. 어느 셀이든 과충전(상한 전압 초과), 과방전, 과전류, 과열 상태가 되면 출력을 줄이고, 심하면 메인 릴레이를 열어 팩을 분리한다. 고전압과 차체 사이의 절연 저항도 감시한다.
- SOC 추정. 남은 양은 직접 잴 수 없다. 전류와 전압으로부터 추정해야 한다.
- SOH 추정. 건강 상태(State of Health)는 새 것 대비 현재 용량의 비율이다. 내부 저항의 증가도 함께 본다.
- 출력 한계 계산. 지금 온도와 SOC에서 몇 kW까지 방전·충전(회생 포함)해도 되는지를 계산해 인버터와 충전기에 알려 준다(13장의 CAN 통신).
- 셀 밸런싱과 열 관리 요청.
SOC 추정: 전류 적산과 OCV 보정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흘러 나간 전류를 시간에 대해 더하는 전류 적산(coulomb counting)이다.
문제는 오차가 쌓인다는 것이다. 전류 센서에 1 A의 치우침만 있어도 100 Ah 팩에서 한 시간에 1 %씩 어긋난다. 처음 SOC를 잘못 알고 있었다면 그 오차도 그대로 남는다. 반대로 OCV 곡선에서 전압을 읽어 SOC를 거꾸로 찾는 방법은 누적 오차가 없지만, 전류가 흐르는 동안에는 단자 전압이 OCV가 아니고 잡음도 크다. 실제 BMS는 둘을 섞는다. 전류 적산으로 예측하고, 모델이 예상한 전압과 실제 측정 전압의 차이로 조금씩 고친다. 칼만 필터(19장)가 이 구조의 대표다.
SOC 추정: 적산만 할 때와 전압으로 고칠 때
셀 밸런싱
직렬로 이은 셀에는 같은 전류가 흐른다. 그런데 셀마다 용량과 자기 방전이 조금씩 달라 시간이 지나면 SOC가 벌어진다. 충전은 가장 높은 셀이 상한 전압에 닿는 순간 멈춰야 하고, 방전은 가장 낮은 셀이 하한에 닿는 순간 멈춰야 한다. 그러면 나머지 셀은 가득 차지도, 다 비워지지도 못한다. 팩의 쓸 수 있는 용량은 가장 약한 고리가 정한다.
패시브 밸런싱은 높은 셀에 작은 저항을 연결해 남는 전하를 열로 버려서 낮은 셀과 맞춘다. 전류가 대표적으로 수십~수백 mA로 작아 느리지만 회로가 단순해 거의 모든 양산차가 쓴다. 액티브 밸런싱은 높은 셀의 전하를 낮은 셀로 옮겨 손실이 적지만 복잡하고 비싸다.
직렬 8셀 밸런싱
열 관리, 안전, 열화
리튬 이온 셀이 좋아하는 온도는 사람과 비슷하다. 대표적으로 15~35 °C에서 출력과 수명이 모두 좋다. 팩 바닥이나 셀 사이에는 냉각수가 흐르는 냉각판이 있고, 열 관리 시스템이 이 온도 창을 유지한다.
저온에서는 내부 저항이 커져 출력이 줄고, 무엇보다 충전이 위험해진다. 흑연 속으로 리튬이 들어가는 속도가 느려진 상태에서 전류를 밀어 넣으면 리튬 이온이 흑연에 들어가지 못하고 음극 표면에 금속 리튬으로 쌓인다. 이것이 리튬 플레이팅(lithium plating)이다. 석출된 리튬은 다시 쓰이지 못해 용량이 영구히 줄고, 바늘 모양으로 자라면 분리막을 뚫어 내부 단락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BMS는 추울 때 충전 전류와 회생 제동을 엄격히 제한한다. 급속 충전소로 가는 동안 배터리를 미리 데우는 프리컨디셔닝이 충전 시간을 크게 줄이는 이유다.
히트 펌프는 에어컨 냉매 회로를 거꾸로 돌려 바깥 공기와 모터·인버터의 폐열에서 열을 끌어온다. 전기 1 kW로 대표적으로 2~3 kW의 열을 옮기므로, 전기를 그대로 열로 바꾸는 PTC 히터보다 겨울철 주행 거리 손실이 작다.
열폭주
셀이 어떤 이유로든(내부 단락, 과충전, 충돌에 의한 변형, 외부 화재) 일정 온도를 넘으면 발열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80~120 °C에서 음극 표면의 SEI 막이 분해되기 시작하고, 130~160 °C 부근에서 분리막이 녹아 내부 단락이 커지며, 200 °C 안팎부터 양극이 산소를 내놓아 전해질이 셀 안에서 탄다. 스스로 산소를 공급하므로 외부에서 끄기 어렵다. 이것이 열폭주(thermal runaway)다. 팩 설계의 목표는 셀 하나가 열폭주하더라도 옆 셀로 번지는 것을 막거나 충분히 늦추는 것이다. 셀 사이의 단열 패드, 가스를 정해진 방향으로 빼는 벤트 통로, 충돌 시 고전압을 끊는 파이로 퓨즈, 팩을 둘러싼 차체 구조(11장)가 그 수단이다.
열화: 달력과 사이클
배터리는 쓰지 않아도 늙고, 쓰면 더 늙는다. 앞의 것을 캘린더 열화, 뒤의 것을 사이클 열화라 한다. 주된 원인은 음극 표면의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다. 첫 충전 때 전해질이 분해되어 생기는 얇은 보호막인데, 이후에도 조금씩 두꺼워지면서 리튬을 소모한다. 막이 두꺼울수록 성장이 느려지므로 캘린더 열화는 대략 시간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온도가 높을수록, 높은 SOC로 오래 둘수록 빠르다. 사이클 열화는 충·방전 때 전극 입자가 팽창·수축하며 갈라지는 것, 급속 충전에서의 플레이팅 등이 더해진다.
용량 유지율: 사용 습관의 영향
충전
배터리는 직류로만 충전할 수 있다. 전력망은 교류이므로 어딘가에서 교류를 직류로 바꿔야 하고, 그 변환기가 어디에 있느냐로 충전 방식이 나뉜다.
- AC 완속 충전. 변환기가 차 안에 있다. 온보드 차저(On-Board Charger, OBC)가 교류를 받아 직류로 바꾼다. 차에 싣는 장치라 크기와 무게에 제약이 있어 출력은 대표적으로 7~11 kW, 크게는 22 kW다. 77 kWh 팩을 7 kW로 채우면 약 11시간이 걸린다.
- DC 급속 충전. 변환기가 충전소에 있다. 커다란 정류 장치가 만든 직류를 OBC를 건너뛰고 팩에 직접 넣는다. 출력은 50 kW에서 350 kW 이상까지 있다. 이때 충전기는 BMS가 통신으로 요청하는 전압과 전류를 그대로 공급하는 전원 역할을 한다.
CC–CV와 꺾이는 충전 곡선
셀 충전의 기본 순서는 정전류–정전압(Constant Current – Constant Voltage, CC–CV)이다. 처음에는 일정한 전류로 밀어 넣는다. 충전 중 단자 전압은 \(\mathrm{OCV} + I R\)이므로 SOC가 올라가면 언젠가 상한 전압에 닿는다. 그 뒤로는 전압을 상한에 묶어 두고, OCV가 올라오는 만큼 전류를 줄여 간다. 첫 번째 시뮬레이터에서 본 그대로다.
급속 충전은 여기에 제약이 더 붙는다. 실제 충전 전력은 다음 셋 중 가장 작은 값이다.
\(I_{batt}\)가 SOC에 따라 줄어드는 이유는 음극이다. SOC가 높을수록 흑연에 빈자리가 적어 리튬이 들어가기 어렵고, 음극 전위가 리튬 금속 전위에 가까워져 플레이팅이 일어나기 쉽다. 그래서 낮은 SOC에서는 큰 전류를 받다가 SOC가 오를수록 계단식 또는 완만하게 전류를 줄인다. 80 % 이후는 특히 느리다. 급속 충전 성능을 "10→80 % 몇 분"으로 말하고, 장거리 주행 때 80 %에서 끊고 출발하는 편이 빠른 이유다.
77 kWh 팩을 10 %에서 80 %까지 채우면 \(77 \times 0.7 \approx 54\) kWh가 들어간다. 18분(0.3 h)에 마쳤다면 평균 전력은 \(54 / 0.3 = 180\) kW다. 최고 전력이 240 kW라도 평균은 그보다 훨씬 낮다. 평균 C-rate는 \(180/77 \approx 2.3\) C다. 전비 170 Wh/km로 환산하면 1분에 약 18 km의 주행 거리를 얻는 셈이다.
급속 충전 곡선
커넥터 규격
충전 커넥터는 지역마다 다르다. AC는 북미·한국·일본의 Type 1(J1772)과 유럽의 Type 2가 있고, DC는 AC 단자 아래에 굵은 직류 핀 두 개를 덧붙인 CCS(Combo 1, Combo 2), 일본의 CHAdeMO, 중국의 GB/T, 그리고 AC와 DC를 같은 핀으로 쓰는 소형 커넥터인 NACS(SAE J3400)가 있다. 한국의 공용 급속 충전은 CCS Combo 1이 표준이다. 규격이 달라도 원리는 같다. 통신 핀으로 차와 충전기가 서로를 확인하고, 절연을 점검한 다음에야 고전압이 연결된다.
주행 거리와 전비, 그리고 그 너머
주행 거리는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단위 거리당 소비 에너지로 나눈 값이다. 소비 에너지를 전비라 하며 Wh/km 또는 그 역수인 km/kWh로 쓴다. 바퀴에서 필요한 힘은 2장에서 본 주행 저항이고, 여기에 구동계 효율과 주행과 무관한 전기 부하를 더한다.
식에서 두 가지를 읽을 수 있다. 공기 저항 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고속에서 전비가 급격히 나빠진다. 반대로 공조 항은 속도로 나누어지므로 느리게 달릴수록 km당 부담이 커진다. 내연기관차는 엔진 폐열로 난방을 공짜로 하지만 전기차는 그럴 열이 없다. 겨울에 주행 거리가 20~30 % 줄어드는 것은 난방 전력, 차가운 배터리의 가용 용량 감소, 밀도가 높아진 공기, 단단해진 타이어의 구름 저항이 겹친 결과다. 정속이 아닌 실제 주행에서는 가감속 에너지가 더 들고 회생 제동(14장)이 그 일부를 되찾는다.
주행 거리 계산기
거꾸로 흐르는 전기: V2L과 V2G
수십 kWh의 배터리는 일반 가정이 며칠 쓰는 전기에 해당한다. V2L(Vehicle-to-Load)은 차의 직류를 교류로 바꿔 전기 제품에 공급하는 기능으로, 양방향으로 동작하는 OBC가 필요하고 출력은 대표적으로 2~3.6 kW다. V2G(Vehicle-to-Grid)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력망에 전기를 되판다. 전력이 남는 시간에 충전하고 모자란 시간에 내보내면 수많은 전기차가 거대한 저장 장치가 된다. 기술보다 요금 제도, 계통 연계 규격, 추가 사이클에 따른 열화 보상이 과제다.
전고체 배터리와 재활용
전고체 배터리는 불에 타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꾼 것이다. 열 안정성이 좋아지고, 흑연 대신 리튬 금속 음극을 쓸 수 있게 되면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고체끼리 맞닿은 계면에서 이온이 잘 넘어가게 하는 일, 충·방전 때 부피 변화에도 접촉을 유지하는 일, 리튬 덴드라이트 억제, 대량 생산 비용이 아직 풀어야 할 문제다. 일부 제조사가 2020년대 후반 양산을 목표로 내걸고 있으나, 당분간은 기존 액체 전해질 셀의 개량(실리콘 음극, 고전압 양극, 나트륨 이온 셀 등)이 함께 이어질 것으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수명이 다한 팩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구리, 알루미늄이 그대로 들어 있다. 용량이 70~80 % 남은 팩은 출력 요구가 낮은 고정형 에너지 저장 장치로 재사용할 수 있다. 그다음은 재활용이다. 팩을 방전·해체하고 셀을 파쇄해 전극 가루인 블랙 매스를 얻은 뒤, 산에 녹여 금속을 분리하는 습식 제련이나 고온에서 녹이는 건식 제련으로 금속을 회수한다. 니켈과 코발트는 대표적으로 90 % 이상 회수할 수 있다. 재활용은 원료 채굴에 따른 환경 부담과 공급 위험을 줄이는 길이며, 여러 나라가 새 배터리에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 쓰도록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핵심 정리
- 리튬 이온 셀에서 이온은 전해질을, 전자는 외부 회로를 지난다. 방전 때 리튬은 음극(흑연)에서 양극(금속 산화물)으로 가고 충전 때 되돌아온다. 셀 전압은 두 전극 재료의 전위차로 정해진다.
- 에너지(Wh) = 용량(Ah) × 전압(V). C-rate는 전류를 용량으로 나눈 값이다. NCM은 에너지 밀도가, LFP는 수명·안전·가격이 강점이다.
- 단자 전압은 \(\mathrm{OCV} - I R_0 - V_1\)이고 발열은 \(I^2 R\)이다. 내부 저항은 저온에서 급증해 출력과 가용 용량을 줄인다.
- 직렬은 전압을, 병렬은 용량을 더한다. 800 V 구조는 같은 전력에서 전류가 절반이라 배선 손실이 4분의 1이고 급속 충전에 유리하다.
- BMS는 전류 적산에 전압 기반 보정을 섞어 SOC를 추정하고, 가장 높은 셀과 가장 낮은 셀이 정하는 팩의 한계를 밸런싱으로 넓힌다.
- 적정 온도는 대표적으로 15~35 °C다. 저온 충전은 리튬 플레이팅을, 고온은 열화를 부른다. 열폭주는 발열 반응의 연쇄이며 팩은 전파를 막도록 설계한다.
- 급속 충전 전력은 충전기 정격, 케이블 전류 한계, 배터리 허용 전류 중 가장 작은 값이다. 배터리 허용 전류는 SOC가 오를수록, 온도가 낮을수록 줄어든다.
- 전비는 주행 저항과 공조 부하의 합이다. 공기 저항은 속도의 제곱으로, 공조 부담은 속도에 반비례해 km당 소비를 키운다.
확인 퀴즈
방전 중인 리튬 이온 셀에서 전자는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가?
100 Ah, 공칭 3.2 V인 LFP 셀을 110개 직렬로 이었다. 팩의 공칭 전압과 에너지는?
내부 저항이 1.5 mΩ인 셀에서 방전 전류를 100 A에서 200 A로 올렸다. 전압 강하와 발열은 각각 어떻게 되는가?
직렬 팩에서 한 셀만 SOC가 다른 셀보다 10 %p 높은 채로 충전을 시작했다. 밸런싱이 없다면?
급속 충전 전력이 SOC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주된 이유는?
영하의 날씨에 시내를 천천히 달릴 때 전비가 특히 나빠지는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