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엔진은 연료를 태워 얻은 열로 기체를 팽창시키고, 그 팽창이 피스톤을 미는 힘을 크랭크로 회전으로 바꾸는 기계다. 1분에 수천 번, 실린더 안에서 흡입·압축·폭발·배기가 정확한 순서로 되풀이된다. 이 장에서는 그 한 사이클을 손으로 돌려 보고, 피스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압력과 체적이 어떤 고리를 그리는지, 그리고 제원표의 토크와 출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차례로 따라간다.
- 4행정 사이클의 각 행정에서 피스톤, 밸브, 가스가 하는 일을 설명한다.
- 크랭크–커넥팅 로드 기구에서 피스톤의 위치·속도·가속도를 계산하고 평균 피스톤 속도를 구한다.
- 배기량과 압축비를 정의하고, 오토 사이클의 열효율이 압축비로 정해지는 이유를 P–V 선도로 설명한다.
- 평균 유효 압력에서 토크를, 토크와 회전수에서 출력을 계산한다.
- 기통 수와 점화 순서가 토크 맥동과 플라이휠 크기에 주는 영향을 이해한다.
- 밸브 타이밍과 오버랩이 엔진의 성격을 바꾸는 방식, 가솔린과 디젤의 차이를 설명한다.
엔진은 열기관이다
1장의 에너지 사슬에서 엔진은 "변환" 단계를 맡는다. 연료의 화학 에너지를 열로 바꾸고, 그 열의 일부를 기계적인 일로 뽑아낸다. 이런 장치를 열기관(heat engine)이라 하고, 연소가 작동 기체 안에서 직접 일어나기 때문에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 ICE)이라 부른다. 증기 기관처럼 보일러에서 따로 물을 끓이는 외연기관과 구별된다.
열기관은 받은 열을 전부 일로 바꾸지 못한다. 고온의 가스가 팽창하며 일을 한 뒤에도 여전히 뜨겁고, 그 열은 배기가스와 냉각수로 버려진다. 넣은 연료 에너지 가운데 크랭크축에서 꺼낼 수 있는 일의 비율을 제동 열효율(brake thermal efficiency)이라 한다.
양산 가솔린 엔진의 최고 제동 열효율은 대표적으로 약 35~41 %, 승용 디젤은 약 40~45 %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값은 가장 효율이 좋은 운전점에서의 숫자이고, 시내 주행처럼 부하가 낮은 영역에서는 20 % 안팎으로 떨어진다. 엔진이 낼 수 있는 힘의 일부만 쓰는 상태에서 손실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뒤에서 P–V 선도로 확인한다. 이 약점을 모터로 메우는 것이 14장의 하이브리드다.
실린더 하나의 배기량이 500 cc인 엔진이 공기를 가득 들이마시면 그 질량은 약 0.6 g이다(밀도 약 1.2 kg/m³). 휘발유는 공기 14.7 g당 1 g이 필요하므로 연료는 약 0.041 g, 발열량으로 \(0.041 \times 10^{-3} \times 44 \times 10^{6} \approx 1{,}800\) J이다. 효율 35 %라면 한 번의 폭발이 크랭크축에 주는 일은 약 630 J. 3,000 rpm에서 이 실린더는 1초에 25번 폭발하므로 출력은 약 16 kW, 4기통이면 약 63 kW(86 ps)가 된다.
4행정 사이클
연료를 한 번 태워 일을 얻으려면 네 가지 일이 순서대로 일어나야 한다. 새 혼합기를 넣고, 압축하고, 태워서 팽창시키고, 탄 가스를 내보낸다. 피스톤이 실린더의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한 번 움직이는 것을 행정(stroke)이라 하는데, 이 네 과정에 행정 하나씩을 배정한 것이 1876년 니콜라우스 오토가 완성한 4행정 사이클이다. 피스톤이 가장 높이 올라간 위치를 상사점(TDC, Top Dead Center), 가장 낮은 위치를 하사점(BDC, Bottom Dead Center)이라 한다.
- 흡입. 흡기 밸브가 열리고 피스톤이 내려간다. 실린더 체적이 늘어 압력이 흡기관보다 낮아지고, 그 압력 차로 공기와 연료의 혼합기가 빨려 들어온다.
- 압축. 두 밸브가 모두 닫힌 채 피스톤이 올라간다. 혼합기는 처음 체적의 약 10분의 1로 눌리고, 압력은 대표적으로 15~25 bar, 온도는 400~500 °C 수준까지 오른다.
- 폭발(팽창). 상사점 직전에 점화 플러그가 불꽃을 튀긴다. 화염이 퍼지며 압력이 50~80 bar 수준까지 치솟고, 이 가스가 피스톤을 밀어 내린다. 엔진이 일을 얻는 유일한 행정이다.
- 배기. 하사점 조금 전에 배기 밸브가 열린다. 남은 압력으로 가스 대부분이 스스로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올라오는 피스톤이 밀어낸다.
네 행정에 크랭크축은 두 바퀴(720°)를 돈다. 그동안 밸브를 여닫는 캠축은 한 바퀴만 돌아야 하므로, 캠축은 크랭크축의 절반 속도로 구동된다. 아래 단면 엔진에서 캠이 크랭크보다 느리게 도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을 하지 않는 나머지 세 행정 동안은 플라이휠과 다른 실린더의 폭발이 크랭크를 돌려 준다.
4행정 단면 엔진
밸브가 정확히 상사점·하사점에서 열리고 닫히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자. 가스에는 관성이 있어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멈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흡기 밸브는 하사점을 지나서도 한동안 열어 두어 밀려 들어오던 공기를 더 받고, 배기 밸브는 하사점 전에 미리 열어 압력을 빼 둔다. 이 시기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7절의 주제다.
흡입과 배기를 하사점 부근에서 한꺼번에 처리해 크랭크 1회전마다 폭발하는 방식이 2행정이다. 같은 배기량으로 더 큰 출력을 내지만 새 혼합기 일부가 배기구로 빠져나가 연비와 배출가스가 나쁘다. 승용차에서는 사라졌고, 구조를 전혀 달리한 대형 선박용 저속 디젤에서 주로 쓰인다.
크랭크 기구와 배기량
피스톤의 직선 왕복 운동을 회전으로 바꾸는 것은 커넥팅 로드(connecting rod)와 크랭크샤프트(crankshaft)다. 자전거에서 무릎이 오르내리는 운동을 페달 크랭크가 회전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구조로, 기구학에서는 슬라이더–크랭크 기구라 부른다.
실린더 안지름을 보어(bore) \(B\), 상사점과 하사점 사이 거리를 스트로크(stroke) \(S\)라 한다. 피스톤이 한 행정 동안 쓸고 지나가는 체적이 실린더 하나의 배기량이고, 여기에 기통 수를 곱한 것이 제원표의 총배기량이다. 상사점에서도 피스톤 위에는 연소실 체적 \(V_c\)가 남는데, 하사점일 때의 전체 체적을 이 값으로 나눈 것이 압축비(compression ratio)다.
보어 86 mm, 스트로크 86 mm인 실린더 하나의 배기량은 \(\tfrac{\pi}{4} \times 8.6^2 \times 8.6 \approx 499.6\) cm³. 네 개면 1,998 cc다. 압축비가 10.5라면 연소실 체적은 \(V_c = 499.6 / 9.5 \approx 52.6\) cm³, 피스톤 위로 남는 높이로 환산하면 약 9 mm에 불과하다.
보어와 스트로크의 비율은 엔진의 성격을 정한다. 보어가 스트로크보다 큰 쇼트 스트로크(오버스퀘어) 엔진은 피스톤 속도가 낮아 고회전에 유리하고 큰 밸브를 넣을 수 있다. 스트로크가 긴 롱 스트로크 엔진은 연소실이 작고 오목해 열 손실이 적고 저속 토크와 효율에 유리하다. 최근의 효율 지향 엔진은 스트로크/보어 비가 1.1~1.2 정도인 롱 스트로크가 많다.
피스톤은 사인파로 움직이지 않는다
크랭크각 \(\theta\)를 상사점에서 재면, 피스톤이 상사점에서 내려온 거리 \(x\)는 그림 3-3의 삼각형에서 바로 나온다.
첫 항은 크랭크 핀의 수직 운동이고, 나머지는 로드가 기울어지면서 생기는 추가 이동이다. \(\lambda = r/l\)이 작다는 점을 이용해 근사하고 시간으로 미분하면 속도와 가속도는 다음과 같다.
\(\cos 2\theta\) 항 때문에 피스톤의 운동은 위아래가 대칭이 아니다. 상사점에서는 두 항이 더해져 가속도가 \(r\omega^2(1+\lambda)\)로 크고, 하사점에서는 \(r\omega^2(1-\lambda)\)로 작다. 최고 속도도 90°가 아니라 그보다 앞선 약 75° 부근에서 나온다. 크랭크가 한 바퀴 도는 동안 두 번 진동하는 이 성분이 뒤에서 볼 2차 진동의 원인이다.
엔진의 회전 한계를 가늠할 때는 평균 피스톤 속도를 쓴다. 피스톤은 1회전에 스트로크의 두 배를 움직이므로
이다. 양산 승용 엔진은 최고 회전수에서 대표적으로 약 16~22 m/s, 레이싱 엔진은 25 m/s를 넘기도 한다. 이 값이 커지면 관성력과 마찰, 윤활 부담이 급격히 늘기 때문에, 고회전 엔진은 스트로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한다.
크랭크 기구 운동학
P–V 선도와 열효율
실린더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눈에 보는 방법은 가로축에 체적, 세로축에 압력을 놓고 한 사이클을 그리는 것이다. 이것이 P–V 선도(indicator diagram)다. 기체가 피스톤에 하는 일은 \(W = \oint p\,dV\)이므로, 선도에서 고리가 둘러싼 면적이 곧 한 사이클의 일이다.
가솔린 엔진을 이상화한 것이 오토 사이클이다. 압축과 팽창은 열 출입이 없는 단열 과정으로, 연소는 상사점에서 체적이 변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 아래에서 열효율은 연료량과 무관하게 압축비만으로 정해진다.
이유는 이렇다. 단열 팽창에서 가스가 식는 비율은 체적이 몇 배로 늘었느냐에 달려 있다. 더 많이 팽창시킬수록 가스가 가진 열을 더 많이 일로 바꾸고 덜 뜨거운 상태로 버린다. 압축비가 높다는 것은 곧 팽창비가 크다는 뜻이다.
\(\gamma = 1.4\)로 두면 압축비 8에서 \(1 - 8^{-0.4} \approx 0.565\), 10에서 \(1 - 10^{-0.4} \approx 0.602\), 13에서 \(\approx 0.642\)다. 압축비를 8에서 13으로 올려도 이득은 8 %p 정도이고, 올릴수록 이득이 줄어든다. 실제 엔진의 효율은 이 값의 60 % 안팎에 그친다. 연소에 시간이 걸리고, 벽으로 열이 빠지며, 뜨거운 연소 가스의 \(\gamma\)가 1.3 이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압축비를 무작정 높일 수 없는 이유는 노킹(knocking)이다. 압축으로 온도가 너무 오르면 화염이 도달하기 전에 남은 혼합기가 스스로 폭발해 버린다. 가솔린 엔진의 압축비는 대표적으로 9~13 범위이며, 직분사와 정밀한 점화 제어 덕분에 조금씩 높아져 왔다. 노킹과 점화 시기는 4장에서 다룬다.
P–V 선도
평균 유효 압력
고리의 면적, 즉 한 사이클의 일을 배기량으로 나누면 압력의 단위가 된다. 이것이 평균 유효 압력(Mean Effective Pressure)이다. "팽창 행정 내내 이 일정한 압력이 피스톤을 밀었다면 같은 일이 나온다"는 가상의 압력으로, 엔진의 크기와 무관하게 실린더를 얼마나 알차게 쓰는지를 나타낸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최대 BMEP는 대표적으로 10~13 bar, 터보 가솔린은 18~25 bar, 승용 터보 디젤도 18~25 bar 수준이다. 대기압으로 빨아들일 수 있는 공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연흡기의 값은 엔진마다 큰 차이가 없다. 더 큰 값을 얻으려면 공기를 눌러 넣어야 하고, 그것이 과급이다.
가솔린 엔진은 스로틀 밸브로 흡기를 막아 출력을 줄인다. 그러면 흡입 행정 동안 실린더 압력이 대기압보다 훨씬 낮아지고, 피스톤은 진공을 끌어당기며 내려가야 한다. 이 펌핑 손실은 P–V 선도 아래쪽 고리의 면적으로 나타난다. 내는 일은 줄었는데 펌핑과 마찰은 그대로이니 효율이 떨어진다. 가변 밸브, 기통 휴지, 앳킨슨 사이클, 하이브리드가 모두 이 손실을 줄이려는 방법이다.
토크와 출력
4행정 엔진은 2회전에 한 번 \(\mathrm{BMEP} \cdot V_d\)의 일을 한다. 토크 \(T\)가 2회전(\(4\pi\) rad) 동안 하는 일은 \(4\pi T\)이므로 둘을 같게 놓으면 토크가 나온다.
토크는 배기량과 BMEP의 곱으로 정해진다. 회전수는 식에 없다. 토크는 "한 번의 폭발이 얼마나 센가"이고, 출력은 그것을 "1초에 몇 번 하느냐"를 곱한 값이다.
최대 BMEP 12 bar라면 최대 토크는 \(1.2\times10^{6} \times 2.0\times10^{-3} / 4\pi \approx 191\) N·m(19.5 kgf·m)다. 6,200 rpm에서 토크가 170 N·m로 내려갔더라도 출력은 \(170 \times 6200 / 9549 \approx 110\) kW, 즉 150 ps다. 최대 토크가 나오는 4,500 rpm에서의 출력은 \(191 \times 4500 / 9549 \approx 90\) kW로 오히려 작다.
토크 곡선은 왜 산 모양인가
BMEP가 회전수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원인은 두 가지다.
- 체적 효율(volumetric efficiency). 실린더가 배기량만큼의 공기를 실제로 얼마나 채우는지의 비율이다. 저회전에서는 늦게 닫히는 흡기 밸브로 공기가 되밀려 나가고, 고회전에서는 밸브와 포트의 저항 때문에 채울 시간이 부족하다. 흡기관 길이와 밸브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중간 회전수에서 가장 잘 채워진다.
- 마찰. 피스톤 링, 베어링, 밸브 구동, 오일·워터 펌프가 가져가는 FMEP는 회전수와 함께 커진다. 대표적으로 저회전에서 1 bar 안팎, 고회전에서 2 bar 이상이다.
출력은 토크에 회전수를 곱한 것이므로, 토크가 정점을 지나 내려가더라도 회전수가 느는 속도가 더 빠른 동안은 계속 올라간다. 그래서 최고 출력은 항상 최대 토크보다 높은 회전수에서 나온다. 터보 엔진은 과급 압력을 제어해 낮은 회전수부터 넓은 구간에서 BMEP를 일정하게 유지하므로 토크 곡선이 평평한 고원 모양이 된다.
토크·출력 곡선 만들기
차를 미는 것은 바퀴에 걸리는 힘이고, 그 힘은 엔진 토크에 기어비를 곱한 값이다. 그런데 기어비는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어떤 주행 속도 \(v\)에서 바퀴가 낼 수 있는 구동력의 상한은 \(F = P/v\)로, 엔진 토크가 아니라 그 순간 쓸 수 있는 출력이 정한다. 토크가 작아도 높이 돌 수 있는 엔진은 낮은 기어를 써서 같은 힘을 낸다. 따라서 가속 성능의 상한을 정하는 것은 최고 출력이다.
그렇다고 토크 곡선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최대 토크가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고 곡선이 평평한 엔진은 넓은 회전 범위에서 큰 출력을 내므로, 변속하지 않고도 가속 페달만으로 힘이 나온다. "토크가 좋다"는 말은 대개 이런 저회전 출력의 여유를 가리킨다. 기어비로 구동력을 맞추는 과정은 5장에서, 구동력과 주행 저항의 균형은 2장에서 다룬다.
여러 개의 실린더
실린더 하나는 720° 가운데 180° 동안만 일을 하고 나머지 540°는 얻어먹는다. 폭발 직후에는 크랭크가 빨라지고 압축 중에는 느려져서 회전이 고르지 않다. 배기량을 여러 실린더로 나누고 폭발 시점을 고르게 흩어 놓으면 토크가 이어지고, 실린더 하나하나가 작아져 더 높이 돌 수 있다. 4행정 엔진의 폭발 간격은 다음과 같다.
4기통은 180°, 6기통은 120°, 8기통은 90°마다 폭발한다. 6기통부터는 한 실린더의 팽창 행정이 끝나기 전에 다음 실린더가 폭발하므로 토크가 끊기지 않는다.
- 직렬 4기통. 가장 흔한 배열이다. 1·4번과 2·3번 크랭크 핀이 180° 어긋나 있어 두 쌍이 반대로 움직인다. 구조가 단순하고 헤드가 하나라 싸고 가볍다. 다만 앞 절에서 본 \(\cos 2\theta\) 성분은 네 실린더 모두 같은 방향이라 상쇄되지 않고, 회전수의 두 배로 위아래로 떠는 2차 진동이 남는다. 배기량이 큰 4기통은 크랭크의 두 배 속도로 도는 밸런스 샤프트 한 쌍으로 이를 지운다.
- 직렬 6기통. 크랭크 핀이 120° 간격이고 앞 세 개와 뒤 세 개가 거울 대칭이라 1차·2차 관성력과 모멘트가 모두 상쇄된다. 매끄럽지만 길어서 가로 배치가 어렵다.
- V6·V8. 실린더를 두 줄로 나눠 길이를 줄인다. V6는 뱅크각 60°가 폭발 간격을 고르게 하기 쉽고, 90° 뱅크는 V8과 생산 설비를 공유할 때 쓴다.
- 수평대향. 마주 보는 피스톤이 서로 반대로 움직여 관성력을 상쇄한다. 엔진 높이가 낮아 무게중심이 내려가지만 폭이 넓고 헤드가 둘이다.
직렬 4기통에서 1-3-4-2라는 점화 순서는 크랭크 모양에서 나온다. 1번과 4번은 항상 같은 높이에 있으므로 하나가 폭발 상사점일 때 다른 하나는 배기 상사점이어야 한다. 2번과 3번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폭발이 크랭크축 한쪽에 몰리지 않게 앞뒤로 번갈아 배치한 것이 1-3-4-2(또는 1-2-4-3)다.
직렬 4기통 크랭크계
토크 맥동과 플라이휠
크랭크축에 걸리는 순간 토크는 가스 압력이 피스톤을 미는 힘과, 무거운 피스톤을 가속·감속시키는 관성력의 합에 크랭크의 지렛대 길이를 곱한 값이다. 피스톤에 작용하는 힘 \(F\)가 하는 일률 \(F v\)가 크랭크의 \(T\omega\)와 같아야 하므로
이다. 이 토크는 평균값의 몇 배까지 치솟았다가 음수로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이 요철을 흡수하는 것이 크랭크축 끝의 무거운 원판, 플라이휠(flywheel)이다. 토크가 평균보다 클 때 남는 에너지를 회전 운동 에너지 \(\tfrac{1}{2}J\omega^2\)로 저장했다가 모자랄 때 내놓는다. 관성 모멘트 \(J\)가 클수록 회전은 고르지만 엔진의 반응은 둔해진다.
토크 맥동과 기통 수
기통 수가 적은 엔진일수록 저회전에서 회전 변동이 크다. 이 변동이 변속기로 그대로 전해지면 기어가 떠는 소음이 나므로, 3·4기통 엔진에는 스프링으로 이어진 두 장의 원판으로 된 듀얼 매스 플라이휠이나 토크 컨버터의 댐퍼가 쓰인다. 구동계 쪽의 대책은 5장에서 이어진다.
밸브 트레인과 밸브 타이밍
실린더의 숨구멍을 여닫는 장치 전체를 밸브 트레인(valve train)이라 한다. 버섯 모양의 포핏 밸브는 스프링으로 닫혀 있다가, 달걀 모양 단면의 캠(cam)이 돌면서 솟은 부분으로 누를 때만 열린다. 캠축은 타이밍 체인이나 벨트로 크랭크축과 이어져 있고, 캠 쪽 스프로킷의 잇수가 두 배라 정확히 절반 속도로 돈다.
오늘날의 승용 엔진은 대부분 DOHC(Double OverHead Camshaft)다. 실린더 헤드 위에 흡기용과 배기용 캠축을 따로 두고, 실린더마다 흡기 2개·배기 2개의 밸브를 쓴다. 작은 밸브 여러 개가 큰 밸브 하나보다 통로 면적이 넓고 가벼워 고회전에 유리하며, 점화 플러그를 연소실 한가운데 둘 수 있다.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시기는 크랭크각으로 나타낸다. 네 개의 숫자가 엔진의 성격을 정한다.
| 이벤트 | 기준 | 대표적인 값 | 일찍/늦게 하면 |
|---|---|---|---|
| 흡기 열림 IVO | 상사점 전(BTDC) | 0~20° | 일찍 열수록 오버랩이 커진다 |
| 흡기 닫힘 IVC | 하사점 후(ABDC) | 30~70° | 늦을수록 고회전 충전에 유리, 저회전에서는 되밀림 |
| 배기 열림 EVO | 하사점 전(BBDC) | 30~60° | 일찍 열면 팽창 일을 버리지만 배기 저항이 준다 |
| 배기 닫힘 EVC | 상사점 후(ATDC) | 0~20° | 늦을수록 오버랩이 커진다 |
배기 상사점 부근에서 두 밸브가 함께 열려 있는 구간이 밸브 오버랩이다. 고회전에서는 빠져나가는 배기의 관성이 새 공기를 끌어들여 잔류 가스를 쓸어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공회전처럼 흡기관 압력이 낮을 때는 배기가스가 흡기 쪽으로 거꾸로 흘러 연소가 불안정해진다. 하나의 고정된 타이밍으로는 모든 회전수를 만족시킬 수 없다.
밸브 타이밍 다이어그램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가변 밸브 타이밍(VVT, Variable Valve Timing)이다. 캠 스프로킷 안에 유압이나 전동 모터로 움직이는 위상 조절기(캠 페이저)를 넣어, 캠축을 스프로킷에 대해 크랭크각으로 대표적으로 40~60° 범위에서 앞뒤로 돌린다. 저회전에서는 흡기를 일찍 닫아 되밀림을 막고, 고회전에서는 늦게 닫아 충전량을 늘린다. 리프트 자체를 바꾸는 가변 밸브 리프트는 스로틀 대신 밸브로 공기량을 조절해 펌핑 손실을 줄인다.
흡기 밸브를 하사점 한참 뒤에 닫으면 들어왔던 혼합기 일부가 흡기관으로 되밀려 나가고, 실제 압축은 그 뒤부터 시작된다. 기하학적 압축비가 13이어도 유효 압축비는 9 정도가 되어 노킹은 피하면서, 팽창은 13배를 그대로 누린다. 스로틀을 덜 닫아도 되므로 펌핑 손실도 준다. 대가는 같은 배기량에서 토크가 줄어드는 것인데, 모터가 토크를 보태는 하이브리드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아 14장의 엔진들이 이 방식을 널리 쓴다.
디젤, 그리고 윤활과 냉각
디젤 엔진도 4행정이고 크랭크 기구도 같다. 다른 것은 불을 붙이는 방법이다. 디젤은 공기만 빨아들여 압축비 14~18로 강하게 압축한다. 압축 끝의 공기 온도는 대표적으로 500~600 °C를 넘는데, 여기에 연료를 고압으로 뿜으면 점화 플러그 없이 스스로 불이 붙는다. 이를 압축 착화(compression ignition)라 한다. 연료가 들어가기 전에는 공기뿐이므로 노킹 걱정 없이 압축비를 높일 수 있다.
| 가솔린(불꽃 점화) | 디젤(압축 착화) | |
|---|---|---|
| 압축비 | 대표적으로 9~13 | 대표적으로 14~18 |
| 착화 | 점화 플러그, 화염 전파 | 분사된 연료의 자기 착화 |
| 출력 조절 | 스로틀로 공기량 조절(혼합비 일정) | 연료량 조절(공기는 늘 가득) |
| 혼합비 | 이론 공연비 부근 | 항상 희박 |
| 부분 부하 효율 | 펌핑 손실로 낮음 | 스로틀이 없어 높음 |
| 최고 회전수 | 대표적으로 6,000~7,000 rpm | 대표적으로 4,000~5,000 rpm |
| 구조 | 가볍다 | 높은 압력을 견디도록 무겁고 튼튼 |
| 배출가스 과제 | 삼원 촉매로 처리 가능 | 질소 산화물과 입자상 물질 |
디젤의 효율이 높은 이유는 셋이다. 압축비가 높고, 스로틀이 없어 펌핑 손실이 작으며, 공기가 남는 희박 연소라 가스의 비열비가 크다. 반면 연료가 분사되면서 타기 때문에 연소 속도가 분사와 혼합에 묶여 있어 고회전이 어렵고, 최고 압력이 150~200 bar에 이르러 블록·크랭크·피스톤이 무거워진다. 연료 분사와 배출가스 후처리는 4장에서 다룬다.
연소가 일정한 체적이 아니라 일정한 압력에서 일어난다고 이상화하면 효율은 \(\eta = 1 - \dfrac{1}{r_c^{\gamma-1}} \cdot \dfrac{\rho^{\gamma}-1}{\gamma(\rho-1)}\)이 된다. \(\rho\)는 연소 중 체적이 늘어난 비율(차단비)이다. 뒤의 인수가 항상 1보다 크므로 같은 압축비라면 오토 사이클보다 효율이 낮다. 디젤이 실제로 더 효율적인 것은 훨씬 높은 압축비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윤활과 냉각
엔진 안에서는 금속이 금속 위를 초당 수십 미터로 미끄러지고, 연소 가스는 2,000 °C를 넘는다. 이를 견디게 하는 두 개의 순환 회로가 있다.
윤활. 오일 펌프가 오일 팬의 오일을 대표적으로 2~5 bar로 눌러 크랭크 베어링과 캠축으로 보낸다. 크랭크 저널은 베어링에 직접 닿지 않는다. 회전하는 축이 오일을 쐐기 모양 틈으로 끌고 들어가면서 압력이 생기고,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유막이 축을 띄운다. 이런 유체 윤활 상태에서는 마모가 거의 없다. 유막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냉간 시동 직후에 마모의 대부분이 일어나는 이유다. 오일은 윤활 외에도 피스톤을 아래에서 식히고, 링과 실린더 사이를 밀봉하고, 연소 찌꺼기를 씻어 필터로 나른다.
냉각. 그림 3-1에서 본 것처럼 연료 에너지의 4분의 1가량이 실린더 벽으로 빠져나온다. 물과 에틸렌글리콜을 대략 반씩 섞은 냉각수가 블록과 헤드 속 통로(워터 재킷)를 돌며 이 열을 받아 라디에이터에서 공기로 내보낸다. 엔진은 차가워도 문제다. 오일 점도가 높아 마찰이 크고 연료가 벽에 맺혀 잘 타지 않는다. 그래서 서모스탯이 냉각수가 대표적으로 80~90 °C가 될 때까지 라디에이터로 가는 길을 막아 빨리 데우고, 그 뒤로는 90~105 °C 부근을 유지한다. 회로를 약 1 bar 가압해 끓는점을 120 °C 이상으로 올려 둔다. 라디에이터를 지나는 공기의 흐름은 12장에서 다시 만난다.
이 장에서는 실린더 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뼈대만 보았다. 공기와 연료를 얼마나, 어떻게 섞어 넣고, 언제 불을 붙이며, 탄 가스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다음 장 흡기·연료·점화·배기로 이어진다.
핵심 정리
- 엔진은 연료의 열 일부만 일로 바꾸는 열기관이다. 최고 제동 열효율은 가솔린 약 35~41 %, 디젤 약 40~45 %이고 나머지는 배기와 냉각으로 빠져나간다.
- 4행정 사이클은 크랭크 2회전(720°)에 흡입·압축·폭발·배기를 한 번씩 수행한다. 일을 하는 것은 폭발 행정뿐이며 캠축은 크랭크의 절반 속도로 돈다.
- 피스톤 변위는 \(x = r(1-\cos\theta) + l - \sqrt{l^2 - r^2\sin^2\theta}\)다. 로드가 유한한 길이라 상사점 가속도가 하사점보다 크고, 이것이 2차 진동을 만든다. 평균 피스톤 속도는 \(2SN/60\)이다.
- 배기량은 \(\tfrac{\pi}{4}B^2S\), 압축비는 \((V_d+V_c)/V_c\)다. 오토 사이클의 이론 효율은 \(1 - 1/r_c^{\gamma-1}\)로 압축비가 높을수록 커지지만 노킹이 상한을 정한다.
- P–V 선도의 고리 면적이 한 사이클의 일이고, 이를 배기량으로 나눈 것이 평균 유효 압력이다. 스로틀을 닫으면 펌핑 손실 고리가 커져 부분 부하 효율이 떨어진다.
- 토크는 \(T = \mathrm{BMEP}\cdot V_d / 4\pi\), 출력은 \(P = T\omega\)다. kW 단위로는 \(T \times N / 9549\). 가속의 상한은 출력이 정하고, 토크 곡선의 모양은 그 출력을 쓸 수 있는 회전 범위를 정한다.
- 4행정 엔진의 폭발 간격은 \(720°/n\)이다. 기통 수가 많을수록 토크 맥동이 작고, 남는 요철은 플라이휠의 관성이 흡수한다. 직렬 4기통의 점화 순서는 1-3-4-2다.
- 밸브 타이밍(IVO, IVC, EVO, EVC)과 오버랩이 엔진의 회전 특성을 정하며, 가변 밸브 타이밍이 이를 운전 조건에 맞춰 바꾼다. 디젤은 높은 압축비와 압축 착화, 스로틀 없는 부하 조절로 효율을 얻는다.
확인 퀴즈
4행정 4기통 엔진이 3,000 rpm으로 돌 때, 실린더 하나는 1초에 몇 번 폭발하는가?
보어 80 mm, 스트로크 90 mm인 실린더의 연소실 체적이 45 cm³일 때 압축비에 가장 가까운 값은?
같은 회전수에서 커넥팅 로드를 더 짧게 만들면 피스톤의 가속도는 어떻게 되는가?
가솔린 엔진이 낮은 부하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주된 이유로, P–V 선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최대 토크가 300 N·m로 같은 두 엔진 A(최대 토크 2,000 rpm, 최고 출력 110 kW)와 B(최대 토크 4,500 rpm, 최고 출력 190 kW)가 있다. 변속기를 각각 알맞게 맞췄을 때, 고속도로에서 추월 가속이 더 빠른 쪽은?
흡기 밸브를 하사점 한참 뒤에 닫는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특징으로 옳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