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전체 그림
자동차는 약 3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는 일은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싣고 다니는 에너지를 회전하는 힘으로 바꾸어 네 개의 타이어를 통해 노면을 밀어내는 것이다. 이 장은 세부로 들어가기 전에 차 한 대를 통째로 훑는다. 어떤 부품이 어디에 있고, 힘이 어떤 길로 흐르며, 제원표의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손으로 만져 가며 익힌다.
- 에너지 저장 → 동력 변환 → 전달 → 접지로 이어지는 자동차의 기본 구조를 설명한다.
- 파워트레인·섀시·차체·전장의 네 시스템과 주요 부품의 위치를 3D로 파악한다.
- 기어비와 종감속비가 엔진의 회전수와 토크를 바퀴에서 어떻게 바꾸는지 계산한다.
- FF·FR·MR·RR·AWD 레이아웃의 무게 배분과 구동 접지력의 차이를 이해한다.
- 휠베이스, 오버행, 최저 지상고 같은 치수와 출력·토크·연비 단위를 읽는다.
-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에서 에너지가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비교한다.
자동차는 무엇을 하는 기계인가
자동차를 가장 단순하게 보면 네 단계로 된 에너지 사슬이다. 먼저 에너지를 저장한다(연료 탱크 또는 배터리). 그 에너지를 회전 운동으로 변환한다(엔진 또는 모터). 회전을 필요한 속도와 힘으로 바꿔 바퀴까지 전달한다(변속기와 구동축). 마지막으로 타이어가 노면을 뒤로 밀고, 그 반작용으로 차가 앞으로 나아간다(접지). 달리는 것뿐 아니라 서고(브레이크) 도는 것(조향)도 결국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이 사슬을 기준으로 책 전체가 짜여 있다. 차가 달리려면 이겨야 하는 힘은 2장에서, 엔진이 연료를 토크로 바꾸는 원리는 3장과 4장에서, 변속기와 구동계는 5장·6장에서, 모든 힘이 만들어지는 접지면은 7장에서 다룬다.
저장 단계에서 연료와 배터리의 차이는 크다. 휘발유는 1 kg에 약 12 kWh(약 44 MJ), 1 L에 약 8.9 kWh의 에너지를 담는다.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은 대표적으로 1 kg에 0.15~0.18 kWh 수준이다. 무게당 에너지로는 수십 배 차이지만, 변환 효율이 반대로 크게 차이 나서 실제 주행 거리의 격차는 그보다 훨씬 작다.
휘발유 50 L의 에너지는 \(50 \times 8.9 \approx 445\) kWh다. 이 가운데 바퀴에 닿는 비율을 20 %로 잡으면 약 89 kWh가 실제로 차를 민다. 77 kWh 배터리는 바퀴까지 약 85 %가 전달되어 약 65 kWh다. 저장한 에너지는 약 6배 차이지만 쓸 수 있는 에너지는 1.4배 차이에 그친다. 대신 연료 50 L는 약 37 kg, 77 kWh 배터리 팩은 대표적으로 450~500 kg이다.
140년의 짧은 역사
자동차의 기본 구조는 놀랄 만큼 일찍 정해졌고, 이후의 역사는 같은 사슬의 각 단계를 더 정밀하게 다듬어 온 과정이다. 다섯 번의 큰 전환만 짚어 둔다.
- 1886년, 벤츠 특허 자동차. 카를 벤츠가 단기통 4행정 가솔린 엔진(약 0.95 L, 약 0.75 ps)을 얹은 3륜차로 특허를 받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16 km 정도였지만 엔진, 점화 장치, 냉각, 디퍼렌셜, 조향이 이미 한 차에 들어 있었다.
- 1908~1913년, 모델 T와 대량생산. 포드는 부품을 표준화하고 1913년 이동식 조립 라인을 도입해 섀시 조립 시간을 약 12시간 반에서 1시간 반 수준으로 줄였다. 자동차가 소수의 기계에서 누구나 사는 제품으로 바뀌었다.
- 1970~1990년대, 전자 제어. 배출가스 규제가 계기였다. 기화기가 전자 제어 연료 분사로 바뀌고, 엔진 제어 컴퓨터(ECU)가 점화와 연료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어 ABS, 에어백, ESC가 들어오고, 늘어난 ECU를 잇는 CAN 통신이 표준이 되었다(13장).
- 1997년 이후, 전동화. 양산 하이브리드가 등장해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는 길을 열었고(14장), 2010년 전후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쓴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15장, 16장).
- 2010년대 이후, 자율주행. 카메라·레이더·라이다와 고성능 컴퓨터가 운전자의 인지와 판단을 보조하거나 대신한다(17장~21장). 차의 기능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바뀌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Defined Vehicle, SDV)도 같은 흐름이다.
네 개의 시스템
자동차 공학은 차를 보통 네 덩어리로 나눈다. 회사의 조직도, 설계 도면, 정비 지침서가 모두 이 구분을 따른다.
| 시스템 | 하는 일 | 주요 부품 | 관련 장 |
|---|---|---|---|
| 파워트레인 Powertrain | 에너지를 구동력으로 바꿔 바퀴에 전달 | 엔진, 흡배기, 변속기, 구동축, 디퍼렌셜 / 모터, 인버터, 배터리 | |
| 섀시 Chassis | 차를 지지하고, 세우고, 방향을 바꿈 | 타이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조향 장치 | |
| 차체 Body | 사람과 짐을 담고, 충돌에서 보호하고, 공기를 가름 | 모노코크 골격, 외판, 도어, 유리, 시트, 에어백 | |
| 전장 Electrical / Electronics | 전력을 공급하고, 측정하고, 계산하고, 통신 | 12 V 배터리, 배선, ECU, 센서, 액추에이터, 차량 네트워크 |
글로 읽는 것보다 한 번 들여다보는 편이 빠르다. 아래 3D 모델은 차체를 반투명하게 만들어 안에 든 부품을 단순한 도형으로 보여 준다. 구동 방식을 바꿔 가며 어떤 부품이 생기고 사라지는지, 어디로 옮겨 가는지 살펴보자.
투시 자동차: 부품은 어디에 있는가
세 구성 모두에 공통으로 남는 부품에 주목하자. 서스펜션, 브레이크, 조향 장치, 12 V 배터리는 구동 방식이 바뀌어도 거의 그대로다. 섀시와 전장은 파워트레인이 무엇이든 필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힘이 흐르는 길
엔진에서 나온 회전은 그대로 바퀴에 연결할 수 없다. 엔진은 대략 분당 1,000~6,500회전(rpm) 범위에서만 쓸 만한 토크를 내는데, 시속 100 km로 달리는 바퀴는 800 rpm 남짓으로 돌 뿐이고 출발할 때는 0 rpm이다. 그래서 엔진과 바퀴 사이에 회전수를 줄이고 그만큼 토크를 키우는 장치들이 차례로 놓인다. 뒷바퀴를 굴리는 앞 엔진 차(FR)를 기준으로 보면 순서는 다음과 같다.
- 클러치 또는 토크 컨버터: 엔진과 변속기를 잇고 끊는다. 서 있는 차에서 엔진이 꺼지지 않게 하고, 출발할 때 미끄러지면서 회전수 차이를 메운다(5장).
- 변속기: 기어비 \(i_g\)를 바꿔 준다. 1단은 3~4 정도로 크게 감속해 큰 구동력을 내고, 최고단은 1보다 작아 엔진 회전수를 낮춘다.
- 프로펠러 샤프트: 앞쪽의 변속기에서 뒤 차축까지 회전을 보낸다. 앞바퀴 굴림 차에는 없다.
- 종감속 기어와 디퍼렌셜: 한 번 더 감속하고(종감속비 \(i_f\), 대표적으로 3~4.5), 회전축 방향을 90° 꺾고, 코너에서 좌우 바퀴가 다른 속도로 돌 수 있게 한다(6장).
기어는 일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손실을 무시하면 들어온 출력과 나간 출력이 같으므로, 회전수가 \(1/i\)로 줄면 토크는 \(i\)배가 된다. 전체 감속비는 두 기어비의 곱이다.
엔진 토크 200 N·m, 3단 기어비 1.40, 종감속비 3.60, 효율 0.92, 타이어 반지름 0.32 m라고 하자. 전체 감속비는 \(1.40 \times 3.60 = 5.04\)다. 바퀴 토크는 \(200 \times 5.04 \times 0.92 \approx 927\) N·m, 구동력은 \(927 / 0.32 \approx 2{,}900\) N이다. 바퀴는 \(3000/5.04 \approx 595\) rpm으로 돌고 차속은 \(595 \times 2\pi/60 \times 0.32 \approx 19.9\) m/s, 약 72 km/h다. 같은 엔진 상태에서 1단(3.60)이라면 구동력은 약 7,450 N으로 2.6배가 되지만 속도는 28 km/h에 그친다.
동력 흐름: 페달과 기어로 차를 몰아 보기
그래프에서 구동력 곡선과 주행 저항 곡선의 차이가 가속에 쓸 수 있는 여유 구동력이다. 두 곡선이 만나는 곳이 그 단의 최고 속도다. 이 관계는 2장에서 자세히 계산한다.
구동 레이아웃
엔진을 어디에 두고 어느 바퀴를 굴릴 것인가. 이 선택이 실내 공간, 무게 배분, 접지 한계, 조종 특성을 한꺼번에 정한다. 이름은 엔진 위치와 구동륜의 머리글자를 딴다.
| 방식 | 장점 | 단점 | 주로 쓰는 차 |
|---|---|---|---|
| FF | 구동계가 앞에 모여 실내가 넓고 가볍고 싸다. 구동륜 위에 무게가 실려 눈길 출발에 유리 | 앞바퀴가 구동과 조향을 함께 맡아 한계에서 언더스티어. 급가속 때 하중이 뒤로 빠져 접지 손실 | 소형~중형 승용차 대부분 |
| FR | 조향과 구동을 앞뒤가 나눠 맡음. 무게 배분이 50:50에 가깝고 가속 때 구동륜에 하중이 실림 | 프로펠러 샤프트용 바닥 터널, 무게와 비용 증가. 미끄러운 길 출발에 불리 | 대형 세단, 스포츠카, 트럭 |
| MR | 무거운 부품이 차 중심에 모여 회전 관성이 작고 선회 응답이 빠름 | 뒷좌석·적재 공간 희생, 한계 거동이 급함 | 본격 스포츠카 |
| RR | 구동륜 하중이 가장 커 출발 가속 접지가 좋음 | 뒤가 무거워 오버스티어 성향, 냉각과 적재 불리 | 일부 스포츠카, 과거 소형차 |
| AWD | 네 바퀴의 접지력을 모두 구동에 사용 | 무게, 비용, 구동 손실 증가 | SUV, 고성능차 |
가속 때 접지가 왜 레이아웃에 따라 달라지는지는 하중 이동(Load Transfer)으로 설명된다. 차가 가속하면 무게중심에 뒤로 향하는 관성력이 걸리고, 무게중심이 지면보다 높이 있으므로 이 힘이 차를 뒤로 젖히려는 모멘트를 만든다. 그 결과 뒤축 하중이 늘고 앞축 하중이 그만큼 줄어든다. 제동할 때는 반대다.
\(F = ma\)와 접지 한계를 함께 풀면 레이아웃별 최대 가속도가 나온다. 앞바퀴 굴림은 \(a_{\max} = \mu g\,(b/L)\,/\,(1 + \mu h/L)\), 뒷바퀴 굴림은 \(a_{\max} = \mu g\,(a_f/L)\,/\,(1 - \mu h/L)\), 네 바퀴 굴림은 이상적으로 \(\mu g\)다. 분모의 부호가 다르다는 점이 핵심이다. 앞바퀴 굴림은 가속할수록 스스로 접지를 잃고, 뒷바퀴 굴림은 가속할수록 접지를 얻는다.
\(h/L = 0.55/2.7 \approx 0.204\)인 차에서 앞축 하중 비율이 FF 62 %, FR 53 %라고 하자. 마른 아스팔트(\(\mu = 1.0\))에서 FF는 \(0.62/1.204 \approx 0.51\,g\), FR은 \(0.47/0.796 \approx 0.59\,g\)까지 가속할 수 있다. 눈길(\(\mu = 0.3\))에서는 FF가 \(0.3 \times 0.62/1.061 \approx 0.175\,g\), FR이 \(0.3 \times 0.47/0.939 \approx 0.150\,g\)로 순서가 뒤집힌다. 미끄러운 길에서는 하중 이동이 작아 정적 무게 배분이 승부를 가른다.
구동 레이아웃과 하중 이동
차체 형식과 치수
차체 형식은 객실과 짐칸을 어떻게 나누고 지붕선을 어디까지 끄는가로 구분한다. 엔진룸·객실·트렁크가 뚜렷이 나뉘면 3박스, 객실과 짐칸이 이어지면 2박스다.
| 형식 | 특징 | 대표적인 전고 · 최저 지상고 |
|---|---|---|
| 세단 | 3박스. 분리된 트렁크로 정숙성과 차체 강성에 유리 | 1.42~1.50 m · 130~150 mm |
| 해치백 | 2박스. 뒷유리째 열리는 테일게이트, 짧은 뒤 오버행 | 1.42~1.50 m · 130~150 mm |
| 왜건 | 세단의 지붕을 끝까지 늘린 2박스. 낮은 무게중심과 큰 적재 공간 | 1.45~1.52 m · 130~160 mm |
| SUV · 크로스오버 | 높은 차체와 지상고, 높은 착좌 위치. 무게중심과 전면 면적이 커짐 | 1.60~1.80 m · 170~220 mm |
| 쿠페 · 스포츠카 | 낮고 뒤로 흐르는 지붕, 2도어. 공기 저항과 무게중심이 낮음 | 1.20~1.35 m · 100~130 mm |
| 미니밴 · 픽업 | 1박스에 가까운 넓은 객실 / 개방된 적재함과 프레임 차체 | 1.75~1.95 m · 160~230 mm |
제원표의 치수는 단순한 크기 정보가 아니다. 각각이 주행 특성과 연결된다.
- 휠베이스(Wheelbase): 길수록 실내가 넓고 직진이 안정되며 승차감이 좋지만 회전 반경이 커진다. 하중 이동 식의 분모 \(L\)이 바로 이 값이다.
- 트레드(Track): 넓을수록 코너에서 좌우 하중 이동이 작아 롤이 줄고 전복에 강하다(9장).
- 오버행(Overhang): 앞 오버행은 충돌 흡수 공간이자 접근각을, 뒤 오버행은 트렁크 길이와 이탈각을 정한다.
- 최저 지상고(Ground Clearance): 높으면 험로와 턱에 강하지만 무게중심이 올라가고 차 밑으로 흐르는 공기가 늘어 저항이 커진다(12장).
- 공차 중량(Curb Weight): 연료와 오일류를 채우고 사람은 타지 않은 상태의 무게. 가속, 제동, 연비 모두에 직접 들어간다. 무게 배분은 앞축과 뒤축이 받는 하중의 비다.
험로 주행 능력은 세 각도로 나타낸다. 접근각(Approach Angle)은 앞 범퍼가 닿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경사, 이탈각(Departure Angle)은 뒤 범퍼가 닿지 않고 내려설 수 있는 경사, 램프각(Breakover Angle)은 배가 걸리지 않고 넘을 수 있는 둔덕의 꺾임각이다. 세 각 모두 타이어에 접하는 직선이 차체 하단에 닿는 조건으로 정해진다. 또 최소 회전 반경은 휠베이스와 앞바퀴가 꺾이는 최대 각으로 거의 정해진다(10장).
치수 놀이터: 차의 비례를 바꿔 보기
제원표 읽는 법
자동차 제원표에는 단위가 뒤섞여 있다. 같은 양을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적어 왔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자주 혼동되는 출력과 토크부터 정리하자.
토크(Torque)는 축을 돌리는 힘의 세기, 곧 힘 × 팔 길이다. 단위는 N·m. 출력(Power)은 단위 시간에 하는 일로, 토크에 회전 각속도를 곱한 값이다. 단위는 kW. 둘은 독립된 성능이 아니라 회전수로 이어진 같은 곡선의 두 얼굴이다.
바퀴에서 차를 미는 힘은 바퀴 토크이고, 그것은 엔진 토크에 감속비를 곱한 값이다. 감속비는 속도와 맞바꾸는 것이므로, 어떤 차속에서 낼 수 있는 구동력의 상한은 결국 출력이 정한다(\(F = P/v\)). 그래서 최고 속도와 고속 추월 가속은 최대 출력이, 변속 없이 밟았을 때의 즉각적인 반응은 넓은 회전 범위의 토크가 좌우한다.
| 항목 | 표기 예 | 읽는 법 |
|---|---|---|
| 최고 출력 | 132 kW (180 ps) / 6,000 rpm | 그 회전수에서의 값. 1 ps = 0.7355 kW, 영미권 hp는 0.7457 kW |
| 최대 토크 | 265 N·m (27.0 kgf·m) / 1,500~4,500 rpm | 범위로 적혀 있으면 터보 엔진처럼 평탄한 토크 곡선. 1 kgf·m = 9.807 N·m |
| 배기량 | 1,598 cc | 실린더가 한 사이클에 쓸어내는 부피의 합(3장) |
| 복합 연비 | 13.5 km/L | 도심과 고속 모드를 가중 평균. 유럽은 L/100 km, 미국은 mpg |
| 전비(전기차) | 5.2 km/kWh | 1 kWh로 가는 거리. 역수 표기는 Wh/km 또는 kWh/100 km |
| 공차 중량 | 1,480 kg | 출력 대 중량비(kW/t 또는 kg/ps)를 계산해 가속 성능을 가늠 |
| 타이어 | 225/45 R18 | 폭 225 mm, 편평비 45 %, 휠 지름 18인치(7장) |
| 공기 저항 계수 | Cd 0.27 | 전면 면적과 곱해 공기 저항을 정함(12장) |
10 km/L에서 12 km/L로 좋아지면 100 km당 1.67 L를 아끼지만, 20 km/L에서 22 km/L로 좋아지면 0.45 L밖에 줄지 않는다. 같은 2 km/L 차이라도 연료 절감량은 연비가 나쁜 차에서 훨씬 크다. 소비량을 직접 비교하려면 L/100 km나 Wh/km처럼 '거리당 에너지' 표기가 정직하다.
토크·회전수·출력과 단위 변환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그리고 에너지의 행방
전기차는 엔진을 모터로 바꾼 차가 아니라 사슬의 앞 두 단계가 통째로 달라진 차다. 그 차이가 차의 구조를 다시 그린다.
| 항목 | 내연기관차 | 전기차 |
|---|---|---|
| 에너지 저장 | 연료 탱크 40~70 L (약 30~50 kg) | 배터리 팩 50~100 kWh (약 300~600 kg) |
| 변환 효율 | 최고 35~41 %, 실주행 평균 20~30 % | 모터·인버터 90 % 안팎 |
| 토크 특성 | 일정 회전수 이상에서만 유효, 정지 때 0 | 0 rpm부터 최대 토크, 넓은 회전 범위 |
| 변속기 | 6~10단 또는 무단 | 대부분 고정 1단 감속(감속비 약 7~11) |
| 제동 에너지 | 모두 열로 버림 | 모터를 발전기로 써서 일부 회수(회생 제동) |
| 보충 | 주유 수 분 | 급속 20~40분, 완속 수 시간 |
| 공통 | 타이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조향, 차체, 12 V 전장, 공기·구름 저항은 같다 | |
그렇다면 탱크에 넣은 연료, 배터리에 넣은 전기는 어디로 가는가. 내연기관은 열기관이라 연료 에너지의 대부분이 배기가스와 냉각수를 통해 열로 빠져나간다. 여기에 엔진 내부의 펌핑·마찰 손실, 신호 대기 중의 공회전, 구동계 손실을 빼고 남은 것만 바퀴에 닿는다. 도심에서는 대략 15~20 %, 고속 정속 주행에서는 25~30 % 수준이다. 바퀴에 닿은 에너지는 다시 공기 저항, 구름 저항, 그리고 브레이크 열로 나뉜다.
전기차는 변환 손실이 작아 배터리 에너지의 대부분이 바퀴에 닿고, 도심에서는 제동 에너지를 되찾기까지 한다. 다만 무거운 만큼 구름 저항이 크고, 고속에서는 공기 저항이 지배적이라는 점은 똑같다. 아래 모델은 주행 조건으로부터 바퀴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먼저 계산하고, 각 장치의 효율로 거슬러 올라가 전체 소비량을 구한다.
에너지 흐름: 100 중 얼마가 바퀴에 닿는가
위 그림은 차에 실린 에너지부터 따지는 탱크-투-휠(Tank-to-Wheel) 관점이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의 효율과 송전 손실, 원유를 정제하고 운반하는 에너지까지 넣으면 웰-투-휠(Well-to-Wheel)이 된다. 전기차의 실제 우위는 그 지역의 전원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은 차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한다.
핵심 정리
- 자동차는 에너지를 저장하고(탱크·배터리), 회전으로 변환하고(엔진·모터), 감속해 전달하고(변속기·구동축), 타이어로 노면을 미는 네 단계의 사슬이다.
- 역사의 큰 전환은 기계(1886) → 대량생산(1913) → 전자 제어 → 전동화 → 자율주행 순서로 쌓여 왔다.
- 차는 파워트레인, 섀시, 차체, 전장의 네 시스템으로 나눈다. 구동 방식이 바뀌어도 섀시와 전장의 기본 기능은 그대로 남는다.
- 기어는 회전수를 \(1/i\)로 줄이고 토크를 \(i\)배로 키운다. 바퀴 토크는 \(T_e\, i_g\, i_f\, \eta\), 구동력은 이를 타이어 반지름으로 나눈 값이다.
- 구동 레이아웃은 무게 배분과 접지 한계를 정한다. 가속하면 하중이 뒤로 \(m a h / L\)만큼 옮겨 가므로 뒷바퀴 굴림은 접지를 얻고 앞바퀴 굴림은 잃는다. 미끄러운 길에서는 정적 배분이 더 중요하다.
- 휠베이스는 실내·안정성·회전 반경을, 오버행과 지상고는 접근각·이탈각·램프각을, 트레드와 무게중심 높이는 롤과 전복 안정성을 좌우한다.
- 출력은 토크 × 각속도다(\(P[\text{kW}] = T n / 9549\)). 1 ps = 0.7355 kW, 1 kgf·m = 9.807 N·m. km/L와 L/100 km는 반비례 관계다.
- 내연기관차는 연료 에너지의 15~30 %만 바퀴에 닿고 나머지는 대부분 열이 된다. 전기차는 변환 손실이 작고 제동 에너지를 회수하지만, 공기 저항과 구름 저항은 피할 수 없다.
확인 퀴즈
Q1. 엔진 토크 180 N·m, 2단 기어비 2.0, 종감속비 4.0, 구동계 효율 0.9일 때 바퀴축 토크는?
Q2. 프로펠러 샤프트가 필요한 구성은?
Q3. 마른 노면에서 급가속할 때 뒷바퀴 굴림이 앞바퀴 굴림보다 접지에 유리한 주된 이유는?
Q4. 최대 토크 400 N·m를 2,000 rpm에서 내는 디젤 엔진과 200 N·m를 6,000 rpm에서 내는 가솔린 엔진이 있다. 그 점에서의 출력은?
Q5. 다른 조건이 같을 때 휠베이스만 늘리면 나타나는 변화로 옳은 것은?
Q6. 내연기관차가 도심 주행에서 연료 에너지의 15~20 %만 바퀴에 전달하는 가장 큰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