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자동차의 전체 그림

자동차는 약 3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는 일은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싣고 다니는 에너지를 회전하는 힘으로 바꾸어 네 개의 타이어를 통해 노면을 밀어내는 것이다. 이 장은 세부로 들어가기 전에 차 한 대를 통째로 훑는다. 어떤 부품이 어디에 있고, 힘이 어떤 길로 흐르며, 제원표의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손으로 만져 가며 익힌다.

자동차는 무엇을 하는 기계인가

자동차를 가장 단순하게 보면 네 단계로 된 에너지 사슬이다. 먼저 에너지를 저장한다(연료 탱크 또는 배터리). 그 에너지를 회전 운동으로 변환한다(엔진 또는 모터). 회전을 필요한 속도와 힘으로 바꿔 바퀴까지 전달한다(변속기와 구동축). 마지막으로 타이어가 노면을 뒤로 밀고, 그 반작용으로 차가 앞으로 나아간다(접지). 달리는 것뿐 아니라 서고(브레이크) 도는 것(조향)도 결국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① 저장 연료 탱크 · 배터리 화학 에너지 ② 변환 엔진 · 모터 토크 × 회전수 ③ 전달 변속기 · 구동축 감속 = 토크 증폭 ④ 접지 타이어 ↔ 노면 구동력 F 열 손실 (배기·냉각) 마찰 손실 공기·구름 저항, 제동열 모든 에너지는 결국 열이 되어 대기로 흩어진다
그림 1-1. 자동차의 에너지 사슬. 단계마다 손실이 있고, 바퀴까지 도달한 에너지도 주행 저항과 브레이크에서 열로 바뀐다.

이 사슬을 기준으로 책 전체가 짜여 있다. 차가 달리려면 이겨야 하는 힘은 2장에서, 엔진이 연료를 토크로 바꾸는 원리는 3장과 4장에서, 변속기와 구동계는 5장·6장에서, 모든 힘이 만들어지는 접지면은 7장에서 다룬다.

저장 단계에서 연료와 배터리의 차이는 크다. 휘발유는 1 kg에 약 12 kWh(약 44 MJ), 1 L에 약 8.9 kWh의 에너지를 담는다.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은 대표적으로 1 kg에 0.15~0.18 kWh 수준이다. 무게당 에너지로는 수십 배 차이지만, 변환 효율이 반대로 크게 차이 나서 실제 주행 거리의 격차는 그보다 훨씬 작다.

계산 예: 연료 50 L와 배터리 77 kWh

휘발유 50 L의 에너지는 \(50 \times 8.9 \approx 445\) kWh다. 이 가운데 바퀴에 닿는 비율을 20 %로 잡으면 약 89 kWh가 실제로 차를 민다. 77 kWh 배터리는 바퀴까지 약 85 %가 전달되어 약 65 kWh다. 저장한 에너지는 약 6배 차이지만 쓸 수 있는 에너지는 1.4배 차이에 그친다. 대신 연료 50 L는 약 37 kg, 77 kWh 배터리 팩은 대표적으로 450~500 kg이다.

140년의 짧은 역사

자동차의 기본 구조는 놀랄 만큼 일찍 정해졌고, 이후의 역사는 같은 사슬의 각 단계를 더 정밀하게 다듬어 온 과정이다. 다섯 번의 큰 전환만 짚어 둔다.

1886 벤츠 특허 자동차 1908~1913 모델 T와 이동식 조립 라인 1970~90년대 전자 제어 연료 분사·ABS·CAN 1997~2010년대 전동화 하이브리드·리튬 이온 EV 2010년대~ 자율주행 ADAS·SDV 0.75 ps, 약 16 km/h 조립 12 h → 1.5 h ECU 수십 개 모터 + 배터리 센서 + 컴퓨터 기계 → 대량생산 → 전자 → 전기 → 소프트웨어
그림 1-2. 자동차의 다섯 전환점. 각 단계는 앞 단계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쌓였다.

네 개의 시스템

자동차 공학은 차를 보통 네 덩어리로 나눈다. 회사의 조직도, 설계 도면, 정비 지침서가 모두 이 구분을 따른다.

시스템하는 일주요 부품관련 장
파워트레인
Powertrain
에너지를 구동력으로 바꿔 바퀴에 전달엔진, 흡배기, 변속기, 구동축, 디퍼렌셜 / 모터, 인버터, 배터리
섀시
Chassis
차를 지지하고, 세우고, 방향을 바꿈타이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조향 장치
차체
Body
사람과 짐을 담고, 충돌에서 보호하고, 공기를 가름모노코크 골격, 외판, 도어, 유리, 시트, 에어백
전장
Electrical / Electronics
전력을 공급하고, 측정하고, 계산하고, 통신12 V 배터리, 배선, ECU, 센서, 액추에이터, 차량 네트워크

글로 읽는 것보다 한 번 들여다보는 편이 빠르다. 아래 3D 모델은 차체를 반투명하게 만들어 안에 든 부품을 단순한 도형으로 보여 준다. 구동 방식을 바꿔 가며 어떤 부품이 생기고 사라지는지, 어디로 옮겨 가는지 살펴보자.

3D

투시 자동차: 부품은 어디에 있는가

드래그 회전 · 휠/핀치 확대
구동 방식
부품 강조
해볼 것: FR에서 '프로펠러 샤프트'를 고른 뒤 FF로 바꾸면 그 부품이 사라지고 바닥 터널이 필요 없어진다. 전기차로 바꾸면 엔진·변속기·배기관·연료 탱크가 없어지고 바닥 전체가 배터리가 된다. 불투명도를 100 %로 올리면 평소 보던 겉모습이다. 회전 속도는 보기 좋게 늦춘 것이며, 축 사이의 회전비(종감속비 약 3.5, 전기차 감속비 약 9)만 실제와 같다.

세 구성 모두에 공통으로 남는 부품에 주목하자. 서스펜션, 브레이크, 조향 장치, 12 V 배터리는 구동 방식이 바뀌어도 거의 그대로다. 섀시와 전장은 파워트레인이 무엇이든 필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힘이 흐르는 길

엔진에서 나온 회전은 그대로 바퀴에 연결할 수 없다. 엔진은 대략 분당 1,000~6,500회전(rpm) 범위에서만 쓸 만한 토크를 내는데, 시속 100 km로 달리는 바퀴는 800 rpm 남짓으로 돌 뿐이고 출발할 때는 0 rpm이다. 그래서 엔진과 바퀴 사이에 회전수를 줄이고 그만큼 토크를 키우는 장치들이 차례로 놓인다. 뒷바퀴를 굴리는 앞 엔진 차(FR)를 기준으로 보면 순서는 다음과 같다.

엔진 T, n 변속기 디프 클러치 프로펠러 샤프트 구동륜 (뒤) 조향륜 (앞) 구동축 ← 뒤     위에서 본 모습     앞 →
그림 1-3. FR 차량의 동력 전달 경로. 엔진 → 클러치(또는 토크 컨버터) → 변속기 → 프로펠러 샤프트 → 디퍼렌셜(종감속 기어 포함) → 좌우 구동축 → 바퀴.

기어는 일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손실을 무시하면 들어온 출력과 나간 출력이 같으므로, 회전수가 \(1/i\)로 줄면 토크는 \(i\)배가 된다. 전체 감속비는 두 기어비의 곱이다.

$$T_w = T_e\, i_g\, i_f\, \eta, \qquad n_w = \frac{n_e}{i_g\, i_f}, \qquad F_x = \frac{T_w}{r}, \qquad v = \frac{2\pi\, n_w}{60}\, r$$
\(T_e, n_e\): 엔진 토크와 회전수, \(T_w, n_w\): 바퀴축 토크와 회전수, \(\eta\): 구동계 효율(대표적으로 0.90~0.95), \(r\): 타이어 유효 반지름, \(F_x\): 접지면의 구동력, \(v\): 차속.
계산 예: 3단 3,000 rpm

엔진 토크 200 N·m, 3단 기어비 1.40, 종감속비 3.60, 효율 0.92, 타이어 반지름 0.32 m라고 하자. 전체 감속비는 \(1.40 \times 3.60 = 5.04\)다. 바퀴 토크는 \(200 \times 5.04 \times 0.92 \approx 927\) N·m, 구동력은 \(927 / 0.32 \approx 2{,}900\) N이다. 바퀴는 \(3000/5.04 \approx 595\) rpm으로 돌고 차속은 \(595 \times 2\pi/60 \times 0.32 \approx 19.9\) m/s, 약 72 km/h다. 같은 엔진 상태에서 1단(3.60)이라면 구동력은 약 7,450 N으로 2.6배가 되지만 속도는 28 km/h에 그친다.

SIMULATOR

동력 흐름: 페달과 기어로 차를 몰아 보기

기어
엔진 회전수—
전달 토크—
바퀴 토크—
차속—
가속도—
엔진 출력—
클러치—
모델: 1,500 kg 승용차, 최대 토크 200 N·m의 2.0 L급 자연흡기 엔진, 6단 변속기, 종감속비 3.60, 구동계 효율 0.92. 위 그림에서 서로 물린 두 기어의 크기 비가 기어비이고, 축 아래 숫자가 그 축의 회전수와 토크다. 아래 그래프의 여섯 곡선은 각 단에서 낼 수 있는 최대 구동력, 점선은 주행 저항, 점은 현재 상태다. 해볼 것: 1단으로 출발해 회전수가 오르면 차례로 단을 올린다. 6단에 둔 채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면 왜 힘이 없는지, 시속 100 km에서 6단과 3단의 엔진 회전수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자. 회전 관성과 변속 시간은 무시했다.

그래프에서 구동력 곡선과 주행 저항 곡선의 차이가 가속에 쓸 수 있는 여유 구동력이다. 두 곡선이 만나는 곳이 그 단의 최고 속도다. 이 관계는 2장에서 자세히 계산한다.

구동 레이아웃

엔진을 어디에 두고 어느 바퀴를 굴릴 것인가. 이 선택이 실내 공간, 무게 배분, 접지 한계, 조종 특성을 한꺼번에 정한다. 이름은 엔진 위치와 구동륜의 머리글자를 딴다.

FF 앞 엔진 · 앞바퀴 굴림 앞 60~65 % FR 앞 엔진 · 뒷바퀴 굴림 앞 50~55 % MR 미드 엔진 · 뒷바퀴 굴림 앞 42~46 % RR 뒤 엔진 · 뒷바퀴 굴림 앞 38~40 % AWD 네 바퀴 굴림 앞 55~60 % 빨강: 엔진, 주황: 구동륜과 구동축. 숫자는 앞축이 받는 정적 하중 비율의 대표 범위. 차는 오른쪽이 앞.
그림 1-4. 다섯 가지 구동 레이아웃. 무거운 엔진과 변속기의 위치가 앞뒤 무게 배분을 좌우한다.
방식장점단점주로 쓰는 차
FF구동계가 앞에 모여 실내가 넓고 가볍고 싸다. 구동륜 위에 무게가 실려 눈길 출발에 유리앞바퀴가 구동과 조향을 함께 맡아 한계에서 언더스티어. 급가속 때 하중이 뒤로 빠져 접지 손실소형~중형 승용차 대부분
FR조향과 구동을 앞뒤가 나눠 맡음. 무게 배분이 50:50에 가깝고 가속 때 구동륜에 하중이 실림프로펠러 샤프트용 바닥 터널, 무게와 비용 증가. 미끄러운 길 출발에 불리대형 세단, 스포츠카, 트럭
MR무거운 부품이 차 중심에 모여 회전 관성이 작고 선회 응답이 빠름뒷좌석·적재 공간 희생, 한계 거동이 급함본격 스포츠카
RR구동륜 하중이 가장 커 출발 가속 접지가 좋음뒤가 무거워 오버스티어 성향, 냉각과 적재 불리일부 스포츠카, 과거 소형차
AWD네 바퀴의 접지력을 모두 구동에 사용무게, 비용, 구동 손실 증가SUV, 고성능차

가속 때 접지가 왜 레이아웃에 따라 달라지는지는 하중 이동(Load Transfer)으로 설명된다. 차가 가속하면 무게중심에 뒤로 향하는 관성력이 걸리고, 무게중심이 지면보다 높이 있으므로 이 힘이 차를 뒤로 젖히려는 모멘트를 만든다. 그 결과 뒤축 하중이 늘고 앞축 하중이 그만큼 줄어든다. 제동할 때는 반대다.

$$W_f = mg\,\frac{b}{L} - m a\,\frac{h}{L}, \qquad W_r = mg\,\frac{a_f}{L} + m a\,\frac{h}{L}, \qquad F_{\max} = \mu\, W_{\text{drive}}$$
\(W_f, W_r\): 앞·뒤축 수직 하중, \(L\): 휠베이스, \(b\): 무게중심에서 뒤축까지 거리, \(a_f\): 앞축까지 거리(\(a_f + b = L\)), \(h\): 무게중심 높이, \(a\): 가속도(제동은 음수), \(\mu\):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 계수. 구동력은 구동축 하중에 \(\mu\)를 곱한 값을 넘지 못한다.

\(F = ma\)와 접지 한계를 함께 풀면 레이아웃별 최대 가속도가 나온다. 앞바퀴 굴림은 \(a_{\max} = \mu g\,(b/L)\,/\,(1 + \mu h/L)\), 뒷바퀴 굴림은 \(a_{\max} = \mu g\,(a_f/L)\,/\,(1 - \mu h/L)\), 네 바퀴 굴림은 이상적으로 \(\mu g\)다. 분모의 부호가 다르다는 점이 핵심이다. 앞바퀴 굴림은 가속할수록 스스로 접지를 잃고, 뒷바퀴 굴림은 가속할수록 접지를 얻는다.

계산 예: 마른 길과 눈길

\(h/L = 0.55/2.7 \approx 0.204\)인 차에서 앞축 하중 비율이 FF 62 %, FR 53 %라고 하자. 마른 아스팔트(\(\mu = 1.0\))에서 FF는 \(0.62/1.204 \approx 0.51\,g\), FR은 \(0.47/0.796 \approx 0.59\,g\)까지 가속할 수 있다. 눈길(\(\mu = 0.3\))에서는 FF가 \(0.3 \times 0.62/1.061 \approx 0.175\,g\), FR이 \(0.3 \times 0.47/0.939 \approx 0.150\,g\)로 순서가 뒤집힌다. 미끄러운 길에서는 하중 이동이 작아 정적 무게 배분이 승부를 가른다.

SIMULATOR

구동 레이아웃과 하중 이동

레이아웃
앞축 하중—
뒤축 하중—
접지 한계 가속도—
한계 가속 0→100 km/h—
상태—
모델: 1,500 kg, 휠베이스 2.7 m, 무게중심 높이 0.55 m. 위는 옆모습으로 초록 화살표가 각 축의 수직 하중, 주황 화살표가 타이어가 노면에서 받는 구동력(제동 때는 빨강), 노랑 화살표가 무게중심에 걸리는 관성력이다. 가운데는 위에서 본 구동계 배치, 아래 막대는 같은 노면에서 레이아웃별 접지 한계 가속도다. 해볼 것: μ = 0.9에서 요구 가속을 0.6 g로 올리고 FF와 FR을 바꿔 본다. μ를 0.3으로 내리면 순위가 어떻게 바뀌는가. 제동 쪽으로 끌면 어느 축이 일을 많이 하는가(8장). 0→100 km/h 시간은 엔진 출력이 충분하다고 가정한 접지 한계 값이다.

차체 형식과 치수

차체 형식은 객실과 짐칸을 어떻게 나누고 지붕선을 어디까지 끄는가로 구분한다. 엔진룸·객실·트렁크가 뚜렷이 나뉘면 3박스, 객실과 짐칸이 이어지면 2박스다.

형식특징대표적인 전고 · 최저 지상고
세단3박스. 분리된 트렁크로 정숙성과 차체 강성에 유리1.42~1.50 m · 130~150 mm
해치백2박스. 뒷유리째 열리는 테일게이트, 짧은 뒤 오버행1.42~1.50 m · 130~150 mm
왜건세단의 지붕을 끝까지 늘린 2박스. 낮은 무게중심과 큰 적재 공간1.45~1.52 m · 130~160 mm
SUV · 크로스오버높은 차체와 지상고, 높은 착좌 위치. 무게중심과 전면 면적이 커짐1.60~1.80 m · 170~220 mm
쿠페 · 스포츠카낮고 뒤로 흐르는 지붕, 2도어. 공기 저항과 무게중심이 낮음1.20~1.35 m · 100~130 mm
미니밴 · 픽업1박스에 가까운 넓은 객실 / 개방된 적재함과 프레임 차체1.75~1.95 m · 160~230 mm

제원표의 치수는 단순한 크기 정보가 아니다. 각각이 주행 특성과 연결된다.

휠베이스 뒤 오버행앞 오버행 전장 전고 최저 지상고 트레드(윤거) 전폭 옆모습앞모습
그림 1-5. 주요 치수. 휠베이스는 앞뒤 차축 중심 사이, 트레드는 좌우 타이어 접지 중심 사이 거리다. 오버행은 차축 중심에서 차 끝까지다.

험로 주행 능력은 세 각도로 나타낸다. 접근각(Approach Angle)은 앞 범퍼가 닿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경사, 이탈각(Departure Angle)은 뒤 범퍼가 닿지 않고 내려설 수 있는 경사, 램프각(Breakover Angle)은 배가 걸리지 않고 넘을 수 있는 둔덕의 꺾임각이다. 세 각 모두 타이어에 접하는 직선이 차체 하단에 닿는 조건으로 정해진다. 또 최소 회전 반경은 휠베이스와 앞바퀴가 꺾이는 최대 각으로 거의 정해진다(10장).

$$\theta_{\text{ramp}} \approx 2\arctan\frac{2\,c}{L}, \qquad R_{\min} \approx \sqrt{\left(\frac{L}{\tan\delta_i} + t\right)^{2} + L^{2}}$$
\(c\): 최저 지상고, \(L\): 휠베이스, \(\delta_i\): 안쪽 앞바퀴의 최대 조향각, \(t\): 트레드, \(R_{\min}\): 바깥쪽 앞바퀴 중심이 그리는 원의 반지름. 예: \(L = 2.7\) m, \(c = 0.14\) m이면 램프각 약 12°, \(\delta_i = 39°\), \(t = 1.56\) m이면 \(R_{\min} \approx 5.6\) m.
SIMULATOR

치수 놀이터: 차의 비례를 바꿔 보기

차체 형식
전장—
접근각—
이탈각—
램프각—
최소 회전 반경—
U턴에 필요한 폭—
위: 옆모습과 세 각도(색칠한 쐐기). 아래: 위에서 본 최소 회전 원으로, 실선이 바깥쪽 앞바퀴, 점선이 안쪽 뒷바퀴가 지나는 길이다. 타이어 반지름은 0.34 m, 트레드는 1.56 m로 고정했고 범퍼 하단은 최저 지상고보다 조금 높게 두었다. 해볼 것: 세단에서 앞 오버행만 늘리면 접근각이 얼마나 빨리 줄어드는가. 휠베이스를 3.2 m로 늘리면 램프각과 회전 반경이 함께 나빠진다. SUV가 지상고를 올리는 이유와 대형 세단에 뒷바퀴 조향이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원표 읽는 법

자동차 제원표에는 단위가 뒤섞여 있다. 같은 양을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적어 왔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자주 혼동되는 출력과 토크부터 정리하자.

토크(Torque)는 축을 돌리는 힘의 세기, 곧 힘 × 팔 길이다. 단위는 N·m. 출력(Power)은 단위 시간에 하는 일로, 토크에 회전 각속도를 곱한 값이다. 단위는 kW. 둘은 독립된 성능이 아니라 회전수로 이어진 같은 곡선의 두 얼굴이다.

$$P = T\,\omega = T\,\frac{2\pi n}{60} \quad\Longrightarrow\quad P\,[\text{kW}] = \frac{T\,[\text{N·m}] \times n\,[\text{rpm}]}{9549}$$
\(\omega\): 각속도(rad/s), \(n\): 분당 회전수. 9549는 \(60000/(2\pi)\)다. 예: 350 N·m를 4,000 rpm에서 내면 \(350 \times 4000 / 9549 \approx 147\) kW, 약 200 ps.

바퀴에서 차를 미는 힘은 바퀴 토크이고, 그것은 엔진 토크에 감속비를 곱한 값이다. 감속비는 속도와 맞바꾸는 것이므로, 어떤 차속에서 낼 수 있는 구동력의 상한은 결국 출력이 정한다(\(F = P/v\)). 그래서 최고 속도와 고속 추월 가속은 최대 출력이, 변속 없이 밟았을 때의 즉각적인 반응은 넓은 회전 범위의 토크가 좌우한다.

항목표기 예읽는 법
최고 출력132 kW (180 ps) / 6,000 rpm그 회전수에서의 값. 1 ps = 0.7355 kW, 영미권 hp는 0.7457 kW
최대 토크265 N·m (27.0 kgf·m) / 1,500~4,500 rpm범위로 적혀 있으면 터보 엔진처럼 평탄한 토크 곡선. 1 kgf·m = 9.807 N·m
배기량1,598 cc실린더가 한 사이클에 쓸어내는 부피의 합(3장)
복합 연비13.5 km/L도심과 고속 모드를 가중 평균. 유럽은 L/100 km, 미국은 mpg
전비(전기차)5.2 km/kWh1 kWh로 가는 거리. 역수 표기는 Wh/km 또는 kWh/100 km
공차 중량1,480 kg출력 대 중량비(kW/t 또는 kg/ps)를 계산해 가속 성능을 가늠
타이어225/45 R18폭 225 mm, 편평비 45 %, 휠 지름 18인치(7장)
공기 저항 계수Cd 0.27전면 면적과 곱해 공기 저항을 정함(12장)
km/L와 L/100 km는 반비례다

10 km/L에서 12 km/L로 좋아지면 100 km당 1.67 L를 아끼지만, 20 km/L에서 22 km/L로 좋아지면 0.45 L밖에 줄지 않는다. 같은 2 km/L 차이라도 연료 절감량은 연비가 나쁜 차에서 훨씬 크다. 소비량을 직접 비교하려면 L/100 km나 Wh/km처럼 '거리당 에너지' 표기가 정직하다.

SIMULATOR

토크·회전수·출력과 단위 변환기

출력—
마력—
토크—
각속도—
출력
토크
연비
전비
그래프의 회색 곡선은 출력이 같은 점을 이은 등출력선이다. 같은 150 kW라도 낮은 회전수의 큰 토크로 낼 수도, 높은 회전수의 작은 토크로 낼 수도 있다. 아래 칸은 어느 쪽에 숫자를 넣어도 같은 줄의 나머지가 바뀐다. 해볼 것: 토크를 고정하고 회전수만 두 배로 올리면 출력이 어떻게 되는가. 제원표의 최대 토크와 최고 출력 회전수를 넣어 그 점들이 그래프 어디에 놓이는지 보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그리고 에너지의 행방

전기차는 엔진을 모터로 바꾼 차가 아니라 사슬의 앞 두 단계가 통째로 달라진 차다. 그 차이가 차의 구조를 다시 그린다.

엔진 변속기연료 탱크디퍼렌셜배기관라디에이터 배터리 팩 (바닥)인버터모터·감속기충전·전력 분배 내연기관차 (FR) 전기차 (뒷바퀴 모터) 움직이는 부품 수천 개, 다단 변속 회전체 하나, 1단 감속, 낮은 무게중심 두 차 모두 왼쪽이 뒤, 오른쪽이 앞
그림 1-6.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부품 배치. 전기차는 가장 무거운 부품인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무게중심이 낮고, 엔진룸과 바닥 터널이 비는 만큼 객실이 길어진다.
항목내연기관차전기차
에너지 저장연료 탱크 40~70 L (약 30~50 kg)배터리 팩 50~100 kWh (약 300~600 kg)
변환 효율최고 35~41 %, 실주행 평균 20~30 %모터·인버터 90 % 안팎
토크 특성일정 회전수 이상에서만 유효, 정지 때 00 rpm부터 최대 토크, 넓은 회전 범위
변속기6~10단 또는 무단대부분 고정 1단 감속(감속비 약 7~11)
제동 에너지모두 열로 버림모터를 발전기로 써서 일부 회수(회생 제동)
보충주유 수 분급속 20~40분, 완속 수 시간
공통타이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조향, 차체, 12 V 전장, 공기·구름 저항은 같다

그렇다면 탱크에 넣은 연료, 배터리에 넣은 전기는 어디로 가는가. 내연기관은 열기관이라 연료 에너지의 대부분이 배기가스와 냉각수를 통해 열로 빠져나간다. 여기에 엔진 내부의 펌핑·마찰 손실, 신호 대기 중의 공회전, 구동계 손실을 빼고 남은 것만 바퀴에 닿는다. 도심에서는 대략 15~20 %, 고속 정속 주행에서는 25~30 % 수준이다. 바퀴에 닿은 에너지는 다시 공기 저항, 구름 저항, 그리고 브레이크 열로 나뉜다.

전기차는 변환 손실이 작아 배터리 에너지의 대부분이 바퀴에 닿고, 도심에서는 제동 에너지를 되찾기까지 한다. 다만 무거운 만큼 구름 저항이 크고, 고속에서는 공기 저항이 지배적이라는 점은 똑같다. 아래 모델은 주행 조건으로부터 바퀴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먼저 계산하고, 각 장치의 효율로 거슬러 올라가 전체 소비량을 구한다.

SIMULATOR

에너지 흐름: 100 중 얼마가 바퀴에 닿는가

차종
주행 조건
바퀴에 닿는 비율—
에너지 소비—
연비 · 전비—
100 km당—
왼쪽 막대가 연료(또는 배터리에서 꺼낸 에너지) 100이고, 오른쪽으로 가면서 손실이 아래로 갈라져 나간다. 마지막 세 갈래가 바퀴에 닿아 쓰이는 에너지다. 가정: 내연기관차 1,500 kg, 전기차 1,800 kg, Cd·A = 0.64 m², 구름 저항 계수 0.010. 도심은 km당 2.5회 시속 45 km에서 정지, 고속은 시속 100 km 안팎 정속. 전기차는 충전기에서 배터리까지의 충전 손실(대표적으로 10~15 %)은 넣지 않았다. 해볼 것: 내연기관차 도심과 고속의 열 손실 비율은 비슷한데 왜 바퀴 도달 비율이 다른가. 전기차 도심에서 회생 제동을 끄면 전비가 얼마나 나빠지는가. 질량을 500 kg 늘리면 도심과 고속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나빠지는가.
탱크에서 바퀴까지, 우물에서 바퀴까지

위 그림은 차에 실린 에너지부터 따지는 탱크-투-휠(Tank-to-Wheel) 관점이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의 효율과 송전 손실, 원유를 정제하고 운반하는 에너지까지 넣으면 웰-투-휠(Well-to-Wheel)이 된다. 전기차의 실제 우위는 그 지역의 전원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은 차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한다.

핵심 정리

  1. 자동차는 에너지를 저장하고(탱크·배터리), 회전으로 변환하고(엔진·모터), 감속해 전달하고(변속기·구동축), 타이어로 노면을 미는 네 단계의 사슬이다.
  2. 역사의 큰 전환은 기계(1886) → 대량생산(1913) → 전자 제어 → 전동화 → 자율주행 순서로 쌓여 왔다.
  3. 차는 파워트레인, 섀시, 차체, 전장의 네 시스템으로 나눈다. 구동 방식이 바뀌어도 섀시와 전장의 기본 기능은 그대로 남는다.
  4. 기어는 회전수를 \(1/i\)로 줄이고 토크를 \(i\)배로 키운다. 바퀴 토크는 \(T_e\, i_g\, i_f\, \eta\), 구동력은 이를 타이어 반지름으로 나눈 값이다.
  5. 구동 레이아웃은 무게 배분과 접지 한계를 정한다. 가속하면 하중이 뒤로 \(m a h / L\)만큼 옮겨 가므로 뒷바퀴 굴림은 접지를 얻고 앞바퀴 굴림은 잃는다. 미끄러운 길에서는 정적 배분이 더 중요하다.
  6. 휠베이스는 실내·안정성·회전 반경을, 오버행과 지상고는 접근각·이탈각·램프각을, 트레드와 무게중심 높이는 롤과 전복 안정성을 좌우한다.
  7. 출력은 토크 × 각속도다(\(P[\text{kW}] = T n / 9549\)). 1 ps = 0.7355 kW, 1 kgf·m = 9.807 N·m. km/L와 L/100 km는 반비례 관계다.
  8. 내연기관차는 연료 에너지의 15~30 %만 바퀴에 닿고 나머지는 대부분 열이 된다. 전기차는 변환 손실이 작고 제동 에너지를 회수하지만, 공기 저항과 구름 저항은 피할 수 없다.

확인 퀴즈

Q1. 엔진 토크 180 N·m, 2단 기어비 2.0, 종감속비 4.0, 구동계 효율 0.9일 때 바퀴축 토크는?

\(180 \times 2.0 \times 4.0 \times 0.9 = 1296\) N·m. 1,440 N·m는 효율을 빼먹은 값이다. 회전수는 반대로 1/8로 줄어든다.

Q2. 프로펠러 샤프트가 필요한 구성은?

프로펠러 샤프트는 동력원과 구동 차축이 앞뒤로 떨어져 있을 때 그 사이를 잇는다. FF와 RR, 차축 일체형 모터는 동력원이 구동 차축 바로 옆에 있어 필요 없다. 앞 엔진 기반 AWD에도 뒤 차축으로 가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있다.

Q3. 마른 노면에서 급가속할 때 뒷바퀴 굴림이 앞바퀴 굴림보다 접지에 유리한 주된 이유는?

무게중심이 지면보다 높아 가속 관성력이 뒤축 하중을 \(m a h/L\)만큼 늘린다. 구동력 한계는 \(\mu\) × 구동축 하중이므로 뒷바퀴 굴림은 가속할수록 한계가 올라간다. 마찰 계수가 낮은 눈길에서는 가속도와 하중 이동이 작아 앞이 무거운 FF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Q4. 최대 토크 400 N·m를 2,000 rpm에서 내는 디젤 엔진과 200 N·m를 6,000 rpm에서 내는 가솔린 엔진이 있다. 그 점에서의 출력은?

디젤 \(400 \times 2000/9549 \approx 84\) kW, 가솔린 \(200 \times 6000/9549 \approx 126\) kW. 출력은 토크와 회전수의 곱이므로 토크가 절반이어도 회전수가 3배면 출력은 1.5배다. 적절한 기어비를 쓰면 바퀴에서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쪽은 출력이 큰 쪽이다.

Q5. 다른 조건이 같을 때 휠베이스만 늘리면 나타나는 변화로 옳은 것은?

램프각은 약 \(2\arctan(2c/L)\)이라 \(L\)이 커지면 줄고, 회전 반경은 휠베이스에 거의 비례해 커진다. 접근각은 앞 오버행과 범퍼 높이로 정해지므로 휠베이스와 무관하다. 하중 이동 \(m a h/L\)은 오히려 줄어든다.

Q6. 내연기관차가 도심 주행에서 연료 에너지의 15~20 %만 바퀴에 전달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엔진은 열기관이어서 연료 에너지의 60 % 이상이 배기와 냉각으로 나간다. 구동계 손실은 수 % 수준이다. 구름 저항과 공기 저항은 손실이 아니라 바퀴에 닿은 에너지가 쓰이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