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엔진이 10초에 걸쳐 만들어 준 속도를 브레이크는 3초 만에 없앤다. 브레이크는 차에서 가장 큰 출력을 다루는 장치이며, 하는 일은 단순하다. 운동 에너지를 마찰로 열로 바꿔 공기 중에 버리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발끝의 힘이 어떻게 수십 배로 커져 패드에 전달되는지, 얼마나 달려야 멈추는지, 왜 앞바퀴 브레이크가 더 큰지, 열이 쌓이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ABS가 바퀴를 잠그지 않고 무엇을 지키는지를 차례로 본다.
- 제동이 에너지 변환이라는 관점에서 제동 출력과 발열량을 계산한다.
- 페달 레버비, 부스터, 유압 면적비를 거쳐 제동 토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계산한다.
- 디스크와 드럼 브레이크의 구조를 구분하고 자기 배력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 공주 거리와 제동 거리를 구하고, 속도와 노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안다.
- 제동 시 하중 이동과 이상 제동력 배분, 뒷바퀴가 먼저 잠기면 위험한 이유를 이해한다.
- 페이드와 베이퍼 록, ABS의 증압·유지·감압 사이클, 회생 제동 협조의 원리를 설명한다.
브레이크는 열을 만드는 기계다
질량 \(m\)인 차가 속도 \(v\)로 달리면 운동 에너지 \(\tfrac12 mv^2\)를 가진다. 차를 세운다는 것은 이 에너지를 어딘가로 보내는 일이다. 마찰 브레이크는 회전하는 디스크에 패드를 눌러 마찰열로 바꾸고, 그 열을 주행풍으로 식힌다. 2장에서 본 공기 저항과 구름 저항도 조금 거들지만, 급제동에서는 거의 전부가 브레이크의 몫이다.
1,500 kg 승용차가 100 km/h(27.8 m/s)로 달릴 때 \(E_k = \tfrac12 \times 1500 \times 27.8^2 \approx 579\) kJ이다. 물 1.7 L를 20 °C에서 끓일 수 있는 열이다. 감속도 0.9 g(8.83 m/s²)로 세우면 3.1초가 걸리고, 제동을 시작하는 순간의 출력은 \(1500 \times 8.83 \times 27.8 \approx 368\) kW(약 500마력)이다. 평범한 승용차의 브레이크는 엔진 최고 출력의 몇 배를 다룬다.
| 속도 | 운동 에너지 (1,500 kg) | 100 km/h 대비 |
|---|---|---|
| 50 km/h | 145 kJ | 0.25배 |
| 100 km/h | 579 kJ | 1배 |
| 150 km/h | 1,302 kJ | 2.25배 |
| 200 km/h | 2,315 kJ | 4배 |
브레이크가 아무리 강해도 차를 실제로 세우는 힘은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이다. 따라서 감속도의 상한은 \(a \le \mu g\)이고(7장), 브레이크의 임무는 네 바퀴 각각이 이 한계 가까이까지 쓸 수 있도록 제동 토크를 정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승용차의 유압 브레이크는 아래 그림처럼 구성된다.
페달에서 패드까지: 힘을 키우는 사슬
급제동 때 패드가 디스크를 누르는 힘은 바퀴 하나에 1~2톤중(10~20 kN)에 이른다. 발로 내는 힘은 고작 100~300 N이므로 100배 가까운 증폭이 필요하다. 이 증폭은 세 단계에 나뉘어 일어난다.
- 페달 레버비: 페달은 지렛대다. 발판에서 회전축까지의 거리와 푸시로드에서 회전축까지의 거리의 비 \(i_p\)가 대표적으로 3~5이다.
- 부스터(Brake Booster): 진공 부스터는 큰 다이어프램 양쪽에 대기압과 진공(흡기 매니폴드 부압 또는 전동 진공 펌프)을 걸어 그 압력 차로 푸시로드를 함께 밀어 준다. 배력비 \(i_b\)는 대표적으로 4~8배. 다이어프램에 걸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어서 어느 답력 이상에서는 더 보태 주지 못하는데, 이 점을 런아웃(Run-out)이라 한다. 전기차처럼 흡기 부압이 없는 차는 모터와 볼 스크루로 미는 전동 부스터를 쓴다.
- 유압 면적비: 마스터 실린더가 만든 압력은 파스칼의 원리에 따라 브레이크액 어디에서나 같다. 캘리퍼 피스톤 면적이 마스터 실린더보다 크면 그 비율만큼 힘이 커진다.
패드가 디스크를 \(F_{cl}\)로 누르면 디스크 양면에서 마찰력 \(\mu_p F_{cl}\)이 각각 생긴다. 이 마찰력이 회전축에서 유효 반경 \(r_{\text{eff}}\)만큼 떨어진 곳에 작용해 제동 토크가 되고, 타이어 반경 \(r_t\)로 나누면 노면에서의 제동력이 된다.
공짜 증폭은 없다. 지렛대와 유압은 힘을 키우는 만큼 움직이는 거리를 줄인다. 캘리퍼 피스톤은 1 mm도 채 움직이지 않지만 페달은 수 cm를 들어간다. 마스터 실린더를 가늘게 하면 같은 답력으로 더 높은 압력을 얻지만 페달이 깊어지고, 굵게 하면 페달이 단단해지는 대신 무거워진다.
답력 150 N, 레버비 4, 배력비 4이면 마스터 실린더를 미는 힘은 2,400 N이다. 지름 22 mm(380 mm²)의 마스터 실린더에서 \(p = 2400/380 = 6.3\) MPa(63 bar). 지름 54 mm(2,290 mm²) 캘리퍼 피스톤의 압착력은 14.5 kN으로 답력의 96배다. \(\mu_p = 0.38\), \(r_{\text{eff}} = 120\) mm이면 \(T_b = 2 \times 0.38 \times 14.5\,\text{kN} \times 0.12 \approx 1{,}320\) N·m. 타이어 반경 0.32 m에서 앞바퀴 하나의 제동력은 4.1 kN이고, 앞축이 전체의 70 %를 맡는다면 차 전체 감속도는 약 0.8 g다.
힘 증폭 사슬: 발끝에서 디스크까지
마스터 실린더는 피스톤 두 개가 직렬로 놓인 탠덤(Tandem) 구조여서 두 회로를 따로 가압한다. 한쪽 회로에서 액이 새도 나머지 회로로 법규가 요구하는 최소 제동 성능을 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브레이크는 고장 나도 완전히 사라져서는 안 되는 장치이고, 이 이중화 원칙은 뒤에서 볼 전자식 브레이크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디스크 브레이크와 드럼 브레이크
디스크 브레이크는 바퀴와 함께 도는 원판(디스크, 로터)을 캘리퍼가 양쪽에서 패드로 집는다. 캘리퍼는 두 가지로 나뉜다.
- 플로팅 캘리퍼(Floating / Sliding Caliper): 피스톤이 안쪽에만 있다. 피스톤이 안쪽 패드를 밀면 그 반작용으로 캘리퍼 몸체가 가이드 핀을 타고 반대쪽으로 미끄러져 바깥 패드를 당긴다. 가볍고 값이 싸며 휠 안쪽 공간을 덜 차지해 대부분의 승용차가 쓴다.
- 고정 캘리퍼(Fixed / Opposed-piston Caliper): 몸체는 너클에 고정되고 양쪽에 마주 보는 피스톤이 있다. 강성이 높아 페달 감각이 단단하고 패드가 고르게 닳지만 크고 비싸다. 고성능차의 4·6 피스톤 캘리퍼가 이 방식이다.
디스크는 대부분 주철로 만든다. 앞바퀴에는 두 장의 마찰판 사이에 방사형 통풍 날개를 넣은 벤틸레이티드 디스크(Ventilated Disc)를 쓴다. 디스크가 돌면 날개가 원심 팬처럼 공기를 안쪽에서 바깥으로 퍼내 식힌다. 페달을 놓으면 패드는 어떻게 떨어질까? 별도의 스프링 없이, 피스톤을 감싼 사각 단면 고무 실이 압력을 받을 때 비틀렸다가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며 피스톤을 0.1~0.2 mm쯤 되당긴다. 패드가 닳으면 피스톤이 실 위를 미끄러져 나오므로 간극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드럼 브레이크와 자기 배력
드럼 브레이크는 바퀴와 함께 도는 원통(드럼) 안쪽 면에 초승달 모양의 슈를 벌려 누른다. 슈는 한쪽 끝이 앵커에 걸려 있고 반대쪽 끝을 휠 실린더가 민다. 여기서 드럼만의 성질이 나온다. 드럼의 회전이 슈를 미는 끝에서 앵커 쪽으로 향하면, 마찰력이 슈를 드럼 쪽으로 더 파고들게 하는 모멘트를 만든다. 누르는 힘이 커지니 마찰력이 커지고, 그 마찰력이 다시 누르는 힘을 키운다. 이것이 자기 배력(Self-energizing, Self-servo)이고, 그런 슈를 리딩 슈라 한다. 반대쪽 트레일링 슈는 마찰력이 슈를 드럼에서 떼어 내는 방향이라 제동력이 줄어든다.
브레이크가 입력 힘 대비 얼마의 마찰력을 내는지를 브레이크 팩터 \(C^*\)로 나타낸다. 디스크는 \(C^* = 2\mu\)로 마찰 계수에 정비례한다. 슈를 지점에 핀으로 건 단순한 모델로 드럼을 풀면 다음과 같다.
분모의 \(1 - k\mu\)가 자기 배력의 정체다. 같은 입력으로 더 큰 제동력을 얻지만 대가가 있다. \(\mu\)가 조금만 변해도 제동력이 크게 흔들린다. 열을 받아 \(\mu\)가 20 % 떨어지면 디스크의 제동력은 20 % 줄지만, 자기 배력이 큰 드럼은 그보다 훨씬 많이 줄어든다. 게다가 드럼은 마찰면이 통 안에 갇혀 있어 열이 잘 빠지지 않고, 뜨거워진 드럼이 바깥으로 팽창하면 슈와의 간극이 벌어진다. 그래서 열 부하가 큰 앞바퀴는 예외 없이 디스크를 쓴다. 드럼은 값이 싸고 주차 브레이크를 겸하기 쉬우며 끌림 저항이 작아 소형차와 일부 전기차의 뒷바퀴에 남아 있다.
드럼 vs 디스크: 자기 배력과 μ 민감도
제동 거리: 공주 거리 + 제동 거리
위험을 본 순간부터 차가 멈출 때까지 달린 거리를 정지 거리라 한다. 둘로 나뉜다.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고 발을 옮겨 브레이크가 듣기 시작할 때까지 원래 속도 그대로 달리는 공주 거리, 그리고 실제로 감속하며 가는 제동 거리다.
식에서 읽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공주 거리는 속도에 비례하지만 제동 거리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속도가 2배면 제동 거리는 4배다. 둘째, 제동 거리는 \(\mu\)에 반비례한다. 젖은 노면(\(\mu \approx 0.5\))에서는 마른 노면의 약 2배, 빙판(\(\mu \approx 0.1\))에서는 약 9배가 된다. 셋째, 질량이 식에 없다. 무거운 차는 에너지가 큰 만큼 타이어가 낼 수 있는 마찰력도 크기 때문이다(실제로는 타이어의 하중 민감도와 브레이크 용량 때문에 무거울수록 조금 불리하다).
마른 노면(\(\mu = 0.9\)), 반응 시간 1초. 100 km/h에서는 공주 거리 27.8 m + 제동 거리 43.7 m = 71.5 m에서 멈춘다. 같은 지점에서 120 km/h로 달리던 차는 공주 거리만 33.3 m이고, 71.5 m 지점까지 남은 38.2 m 동안 감속해도 속도가 \(\sqrt{33.3^2 - 2 \times 8.83 \times 38.2} \approx 20.9\) m/s, 곧 시속 75 km가 남아 있다. 100 km/h 차가 가까스로 멈춘 자리를 120 km/h 차는 시속 75 km로 지나간다.
제동 거리: 얼마나 달려야 멈추는가
사람의 반응 시간은 줄이기 어렵다. 그래서 레이더와 카메라로 위험을 먼저 감지해 공주 거리 자체를 없애는 자동 긴급 제동(AEB)이 등장했다. 이는 17장에서 다룬다.
하중 이동과 전후 제동력 배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앞으로 숙는다(노즈 다이브). 제동력은 지면에서 작용하는데 관성력은 그보다 높은 무게중심에 작용하므로, 이 두 힘이 차를 앞으로 넘기려는 모멘트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앞바퀴의 수직 하중은 늘고 뒷바퀴는 줄어든다. 이것이 7장에서 본 하중 이동이다. 감속도를 중력 가속도로 나눈 값을 \(z = a/g\)라 하면 다음과 같다.
타이어가 낼 수 있는 제동력은 수직 하중에 비례한다. 그러므로 네 바퀴의 접지력을 남김없이 쓰려면 제동력도 하중과 같은 비율로 나눠야 한다. 이때의 앞·뒤 제동력이 이상 제동력 배분이다.
1,500 kg(\(W\) = 14.7 kN), 앞:뒤 = 60:40, \(h\) = 0.55 m, \(L\) = 2.7 m. 정지 상태에서 앞 8.83 kN, 뒤 5.89 kN이다. 1 g로 제동하면 \(W z h/L = 14.7 \times 0.204 = 3.0\) kN이 뒤에서 앞으로 옮겨 가 앞 11.8 kN(80 %), 뒤 2.9 kN(20 %)이 된다. 앞 브레이크가 뒤보다 훨씬 큰 이유다.
그런데 유압 브레이크는 앞뒤에 같은 압력을 보내므로 앞·뒤 제동력의 비가 캘리퍼와 디스크 크기로 정해진 일정한 값이다. 그래프에서는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 된다. 직선과 포물선은 한 점에서만 만난다. 그 교점보다 약한 제동에서는 직선이 포물선 아래에 있어 앞바퀴가 먼저 한계에 닿고, 교점보다 강한 제동에서는 뒷바퀴가 먼저 잠긴다. 고정 배분에서 앞 제동력의 몫을 \(\beta\)라 하면 교점의 감속도는 다음과 같다.
잠긴 타이어는 옆 방향 힘을 거의 내지 못한다. 앞바퀴가 잠기면 조향이 듣지 않아 차는 곧게 미끄러진다. 위험하지만 자세는 안정적이다. 뒷바퀴가 잠기면 뒤축이 옆으로 버티지 못해, 차가 조금만 비틀어져도 그 비틀림이 스스로 커진다. 화살의 깃이 앞에 달린 것과 같아서 차는 순식간에 스핀한다. 그래서 설계자는 예상되는 모든 노면에서 앞바퀴가 먼저 잠기도록, 고정 배분 직선을 이상 곡선 아래에 두려 한다. 그 대가로 뒷바퀴의 접지력 일부는 쓰지 못하고 남는다.
예전에는 일정 압력 이상에서 뒤쪽 압력 상승을 줄이는 프로포셔닝 밸브로 직선을 꺾어 이상 곡선에 가깝게 맞췄다. 지금은 EBD(Electronic Brake-force Distribution)가 그 일을 한다. 휠 속도 센서로 뒷바퀴가 앞바퀴보다 더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것을 감지하면 ABS의 밸브로 뒤쪽 압력을 더 올리지 않고 붙잡아 둔다. 짐이나 승객으로 하중 배분이 달라져도 스스로 맞춰지므로, 뒷바퀴를 한계 가까이까지 쓰면서도 먼저 잠기지 않게 할 수 있다.
전후 제동력 배분: 어느 바퀴가 먼저 잠기는가
노즈 다이브의 크기는 서스펜션 스프링과 링크 배치(안티 다이브 지오메트리)로 조절한다. 이는 9장에서 다룬다. 다만 차체가 얼마나 숙든 하중 이동량 자체는 \(Wzh/L\)로 정해져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브레이크와 열: 페이드와 베이퍼 록
급제동은 몇 초 만에 끝난다. 그 짧은 시간에는 열이 공기로 빠져나갈 틈이 없으므로 발생한 열은 거의 전부 디스크에 일단 쌓인다. 디스크는 열을 담는 그릇이고, 그릇의 크기는 질량과 비열의 곱이다.
100 km/h의 운동 에너지 579 kJ 중 앞축이 70 %를 맡으면 앞 디스크 한 장에 약 35 %, 곧 203 kJ이 들어간다. 디스크가 7 kg이면 \(\Delta T = 203{,}000 / (7 \times 480) \approx 60\) K. 한 번으로는 별일 없다. 그러나 200 km/h에서는 에너지가 4배이므로 한 번에 240 K가 오르고, 식을 틈 없이 제동을 되풀이하면 온도는 계단처럼 쌓여 올라간다.
식는 속도는 느리다. 디스크 한 장이 주행풍으로 버리는 열은 수 kW 수준이라, 수백 도까지 오른 디스크가 식는 데는 분 단위의 시간이 걸린다. 긴 내리막에서 풋 브레이크만 계속 밟으면 위치 에너지가 끊임없이 열로 들어와 디스크가 500 °C를 넘어설 수 있다. 그때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 페이드(Fade): 패드의 마찰재를 굳힌 수지가 고온에서 분해되어 가스가 나오고, 마찰 계수가 급격히 떨어진다. 일반 패드는 대표적으로 300~400 °C 부근부터 시작된다. 페달은 단단한데 차가 서지 않는다.
- 베이퍼 록(Vapor Lock): 열이 캘리퍼를 거쳐 브레이크액으로 전해져 액이 끓으면 기포가 생긴다. 기체는 압축되므로 페달을 밟아도 압력이 오르지 않고 페달이 바닥까지 쑥 들어간다.
브레이크액(글리콜계)은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고, 수분이 섞이면 끓는점이 크게 낮아진다. 규격은 새 액의 끓는점(건식)과 수분을 3.7 % 머금은 상태의 끓는점(습식)을 함께 정한다.
| 규격 | 건식 끓는점(최소) | 습식 끓는점(최소) | 비고 |
|---|---|---|---|
| DOT 3 | 205 °C | 140 °C | 글리콜계 |
| DOT 4 | 230 °C | 155 °C | 글리콜계, 승용차에 가장 흔함 |
| DOT 5.1 | 260 °C | 180 °C | 글리콜계, 저점도 |
브레이크액을 2년 안팎마다 교환하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긴 내리막에서는 저단 기어로 엔진 브레이크를 써서(5장) 마찰 브레이크로 들어가는 열을 줄여야 한다.
디스크 온도: 쌓이는 열, 식는 속도
고성능차가 큰 디스크를 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유효 반경이 커져 같은 압착력으로 더 큰 토크를 내고, 질량과 방열 면적이 커져 열을 더 담고 더 빨리 버린다. 탄소 세라믹 디스크는 주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고온에서도 마찰 특성과 형상이 안정적이지만 값이 매우 비싸다.
ABS: 바퀴를 잠그지 않는다
7장에서 본 대로 타이어의 제동력은 슬립률 \(\lambda = (v - \omega r)/v\)에 따라 달라진다. 마른 아스팔트에서는 슬립률 10~20 %에서 마찰 계수가 최대가 되고, 바퀴가 완전히 잠기면(\(\lambda = 1\)) 그보다 20~30 % 낮아진다. 더 큰 문제는 옆 방향이다. 잠긴 타이어는 옆 방향 힘을 거의 내지 못해 핸들을 돌려도 차가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피크를 넘으면 상황은 불안정해진다. 브레이크 토크가 노면이 줄 수 있는 토크를 조금이라도 넘으면 바퀴가 느려지고, 느려질수록 마찰이 더 줄어 바퀴는 0.1~0.2초 만에 잠겨 버린다. 사람의 발로는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ABS(Anti-lock Braking System)는 각 바퀴의 속도를 감시하다가 잠기려는 바퀴의 압력만 빠르게 빼고 다시 넣기를 반복해 슬립률을 피크 부근에 붙잡아 둔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 휠 속도 센서: 허브와 함께 도는 톱니(톤 휠)나 자극이 번갈아 배열된 자기 인코더를 홀 센서 또는 자기저항 센서가 읽는다. 펄스의 주파수가 바퀴 회전 속도에 비례한다.
- 제어기(ECU): 네 바퀴 속도로부터 차의 실제 속도(기준 속도)를 추정하고, 각 바퀴의 슬립률과 감속도를 계산한다. 차속을 직접 재는 센서는 없으므로 추정이 ABS 알고리즘의 핵심이다.
- 유압 모듈레이터: 바퀴마다 입구 밸브와 출구 밸브(솔레노이드 밸브) 한 쌍, 그리고 빼낸 액을 되돌리는 펌프로 이루어진다.
| 단계 | 입구 밸브 | 출구 밸브 | 캘리퍼 압력 | 언제 |
|---|---|---|---|---|
| 증압 | 열림 | 닫힘 | 오른다 | 슬립이 작아 접지력이 남을 때 |
| 유지 | 닫힘 | 닫힘 | 그대로 | 슬립이 피크 부근일 때 |
| 감압 | 닫힘 | 열림 | 내려간다 | 바퀴가 급히 느려져 잠기려 할 때 |
이 세 단계를 초당 수 회에서 십수 회 되풀이하면 압력은 톱니 모양이 되고, 바퀴 속도는 차속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오르내린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바퀴의 회전 운동 \(J\dot\omega = \mu(\lambda) N r - T_b\)와 차의 감속 \(m\dot v = -\mu(\lambda) N\)을 타이어 \(\mu\)–슬립 곡선과 함께 수치 적분해, ABS가 있는 차와 없는 차를 같은 조건에서 세운다.
ABS vs 바퀴 잠김: 같은 조건에서 급제동
ABS의 첫째 목적은 정지 거리 단축이 아니라 제동 중에도 조향이 되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포장도로에서는 정지 거리도 대개 줄지만, 자갈길이나 깊은 눈에서는 잠긴 바퀴 앞에 쌓이는 흙과 눈이 쐐기처럼 작용해 ABS가 없는 쪽이 더 짧게 멈추는 일도 있다. 스플릿 μ 노면에서 실제 ABS는 뒤축 양쪽을 접지력이 낮은 바퀴에 맞춰 함께 제어하고(셀렉트 로), 앞바퀴의 좌우 압력 차는 천천히 키워 운전자가 대응할 시간을 준다.
브레이크 어시스트
사고 분석에 따르면 많은 운전자가 위급한 순간에도 페달을 충분히 세게 밟지 못하거나, 밟았다가 힘을 푼다. 브레이크 어시스트(Brake Assist, BA)는 페달을 밟는 속도와 압력 상승률로 급제동 의도를 알아채면 운전자의 답력과 관계없이 ABS가 작동하는 수준까지 압력을 올린다. ABS의 유압 장치에 좌우 독립 제어를 더해 차의 회전까지 바로잡는 ESC는 10장에서 다룬다.
전자식 브레이크와 회생 제동 협조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주차 브레이크는 유압이 없어도 차를 붙들어야 하므로 기계적으로 잠기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레버와 케이블로 뒤 브레이크를 당겼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lectric Parking Brake, EPB)는 뒤 캘리퍼에 붙은 소형 모터가 감속 기어와 나사 축(스핀들)을 돌려 피스톤을 직접 밀어낸다. 나사는 반대로 밀어도 돌지 않으므로(자기 잠금) 전원을 꺼도 압착력이 유지된다. 스위치 하나로 작동하고, 출발하면 스스로 풀리며, 정차 중에 유압을 붙잡아 주는 오토 홀드와 연동된다. 주행 중에 스위치를 당기면 뒷바퀴를 케이블로 잠그는 대신 ESC 유압 장치로 네 바퀴를 ABS와 함께 제동한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지금까지의 브레이크는 페달과 캘리퍼가 브레이크액으로 직접 이어져 있었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Brake-by-Wire)는 이 연결을 평소에는 끊는다. 페달은 스프링과 고무로 이루어진 페달 시뮬레이터를 눌러 익숙한 답력감만 만들고, 센서가 페달 스트로크를 읽으면 전동 모터가 피스톤을 밀어 필요한 압력을 만든다. 부스터, 마스터 실린더, ABS/ESC 모듈레이터를 한 덩어리로 합친 통합형 전동 브레이크가 전동화 차량에 널리 쓰인다. 전원이나 제어기가 고장 나면 밸브가 열려 페달이 다시 유압으로 캘리퍼에 직접 이어진다. 배력은 없어지지만 제동은 된다. 유압을 아예 없애고 바퀴마다 모터로 패드를 미는 전기 기계식 브레이크(EMB)도 도입되고 있다.
페달과 압력을 분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생 제동이다.
회생 제동 협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는 구동 모터를 발전기로 돌려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되찾는다(14장, 15장). 마찰 브레이크가 열로 버리던 에너지를 배터리에 담는 것이다. 문제는 운전자가 요구한 감속도를 회생만으로 늘 채울 수는 없다는 점이다.
- 고속에서는 모터 출력 한계 때문에 낼 수 있는 제동 토크가 작다(\(T = P_{\max}/\omega\)).
- 배터리가 가득 찼거나 차가우면 받아들일 수 있는 충전 전력이 줄어든다(16장).
- 아주 낮은 속도에서는 회생 토크를 유지하기 어려워 정지 직전에는 마찰 브레이크로 넘겨야 한다.
- 모터가 한쪽 축에만 달려 있으면 그 축의 타이어 접지력과 전후 배분의 제약을 받는다. 강한 급제동은 결국 네 바퀴의 마찰 브레이크가 맡는다.
그래서 제어기는 매 순간 요구 제동 토크 = 회생 토크 + 마찰 토크가 되도록 마찰 브레이크의 유압을 채워 넣는다. 이를 회생 제동 협조 제어(Regenerative Brake Blending)라 한다. 운전자는 페달을 일정하게 밟고 있을 뿐인데 그 아래에서는 두 브레이크의 몫이 계속 바뀌고, 감속도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 페달과 유압이 직접 이어져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일상 주행의 감속은 대부분 0.1~0.3 g 범위이고, 이 정도는 회생만으로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전동화 차량의 패드와 디스크는 훨씬 덜 닳는다. 대신 마찰 브레이크를 너무 안 써서 디스크에 녹이 스는 것이 새로운 문제가 되어, 가끔 일부러 마찰 브레이크를 써서 표면을 닦아 주는 기능이 들어간다.
핵심 정리
- 브레이크는 운동 에너지 \(\tfrac12 mv^2\)를 열로 바꾸는 장치다.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고, 급제동 순간의 출력은 수백 kW로 엔진 출력보다 크다.
- 발의 힘은 페달 레버비, 부스터, 유압 면적비 \((d_c/d_{mc})^2\)를 거쳐 100배 가까이 커진다. 힘이 커지는 만큼 스트로크는 줄어든다.
- 제동 토크는 \(T_b = 2\mu_p\,p\,A_c\,r_{\text{eff}}\)다. 디스크는 μ에 정비례해 안정적이고, 드럼은 자기 배력으로 큰 힘을 얻는 대신 μ 변화에 민감하다.
- 정지 거리 = 공주 거리 \(v\,t_r\) + 제동 거리 \(v^2/(2\mu g)\). 속도가 2배면 제동 거리는 4배, 노면 μ가 절반이면 2배가 된다.
- 제동하면 \(Wzh/L\)만큼의 하중이 뒤에서 앞으로 옮겨 간다. 이상 배분은 포물선, 고정 배분은 직선이어서 한 점에서만 일치한다.
- 뒷바퀴가 먼저 잠기면 차가 스핀한다. 그래서 앞이 먼저 잠기도록 설계하고, EBD가 뒤 압력을 제한해 접지력을 최대한 쓰게 한다.
- 열이 쌓이면 패드의 μ가 떨어지는 페이드와 브레이크액이 끓는 베이퍼 록이 생긴다. 브레이크액은 수분을 머금으면 끓는점이 크게 낮아진다.
- ABS는 증압·유지·감압을 되풀이해 슬립률을 피크 부근에 두어 조향 능력과 안정성을 지킨다. 전동화 차량은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로 회생 제동과 마찰 제동을 섞는다.
확인 퀴즈
같은 노면에서 60 km/h로 달릴 때의 제동 거리가 16 m였다. 120 km/h에서의 제동 거리(공주 거리 제외)는?
다른 조건은 그대로 두고 마스터 실린더의 지름만 줄였다. 어떻게 되는가?
제동 중 뒷바퀴가 앞바퀴보다 먼저 잠기면 위험한 까닭은?
드럼 브레이크의 리딩 슈가 디스크 브레이크보다 마찰 계수 변화에 민감한 이유는?
ABS가 바퀴의 슬립률을 10~20 % 부근으로 유지하려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전기차가 브레이크 페달과 유압을 분리한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를 쓰는 주된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