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과 차량 거동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가 돈다. 이 당연한 일 뒤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손의 회전을 앞바퀴의 각도로 바꾸는 기구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바퀴가 꺾인 뒤 차체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동역학의 이야기다. 이 장은 랙 앤 피니언에서 출발해 자전거 모델,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그리고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 개입하는 ESC까지 간다.
- 스티어링 휠에서 너클까지 조향 장치의 구성과 조향 기어비를 설명한다.
- 애커먼 조향 기하로 안쪽·바깥쪽 바퀴 각도, 최소 회전 반경, 내륜차를 계산한다.
- EPS가 토크 센서와 차속으로 어시스트를 정하는 방식을 이해한다.
- 자전거 모델에서 언더스티어 구배 K를 유도하고, 특성 속도와 임계 속도의 의미를 안다.
- 언더스티어·오버스티어의 원인과 한계 거동, 요 응답의 속도 의존성을 설명한다.
- ESC가 요 레이트 오차를 보고 어느 바퀴를 제동하는지 설명한다.
조향 장치: 손에서 바퀴까지
오늘날 승용차의 조향 장치는 거의 모두 랙 앤 피니언(Rack and Pinion) 방식이다. 힘이 전달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 스티어링 휠과 칼럼(Steering Column): 운전자의 회전을 받는다. 충돌 때 접히도록 만든다(11장).
- 중간축: 유니버설 조인트 두 개로 각도를 꺾어 엔진룸 아래의 기어 박스까지 회전을 보낸다.
- 피니언: 축 끝의 작은 기어. 회전 운동을 만든다.
- 랙: 톱니가 파인 긴 막대. 피니언과 맞물려 좌우 직선 운동을 한다.
- 타이로드(Tie Rod): 랙 양 끝에서 볼 조인트로 이어져, 서스펜션이 위아래로 움직여도 힘을 전한다.
- 너클 암과 너클: 타이로드가 너클 암을 밀고 당기면 너클이 조향축(킹핀축)을 중심으로 돌고, 거기 달린 바퀴가 꺾인다.
스티어링 휠을 돌린 각도와 앞바퀴가 꺾인 각도의 비가 조향 기어비(Steering Ratio)다. 피니언 피치 반지름을 \(r_p\), 너클 암의 유효 길이를 \(l_a\)라 하면 랙은 \(x = r_p\,\theta_{sw}\)만큼 움직이고 바퀴는 대략 \(\delta \approx x/l_a\)만큼 꺾인다.
기어비가 작으면(빠른 조향) 조금만 돌려도 차가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만큼 손에 드는 힘이 커진다. 기어비가 크면 가볍고 둔하다. 조향 기어비는 지렛대의 비이기도 해서, 타이어가 노면에서 받는 큰 힘을 손이 감당할 수 있는 토크로 줄여 준다.
\(c = 50\) mm/rev, 너클 암 유효 길이 \(l_a = 130\) mm이면 \(i_s \approx 2\pi \times 130 / 50 = 16.3\). 랙의 전체 행정이 144 mm(±72 mm)라면 락투락은 \(144/50 = 2.9\)회전이다. 큰 각도에서는 링크 기구의 비선형 때문에 실제 비가 이 값에서 벗어난다.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
랙 앤 피니언: 휠을 돌리면 바퀴가 꺾이기까지
조향축은 수직이 아니라 뒤로 기울어(캐스터) 있어서, 타이어 접지점이 조향축보다 뒤에 놓인다. 여기에 타이어 자체의 뉴매틱 트레일이 더해져, 선회 중인 타이어의 횡력은 바퀴를 직진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복원 토크를 만든다(7장, 9장). 코너를 돌고 손을 놓으면 휠이 저절로 풀리는 이유이며, 운전자가 손으로 읽는 '노면 감각'의 정체다.
저속 선회의 기하학: 애커먼 조향
주차장에서처럼 천천히 돌 때는 원심력이 거의 없어 타이어가 옆으로 미끄러질 필요가 없다. 네 바퀴가 모두 미끄러지지 않고 구르려면, 각 바퀴의 회전축을 연장한 선이 한 점(선회 중심)에서 만나야 한다. 뒷바퀴는 조향되지 않으므로 그 점은 뒤 차축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러면 안쪽 앞바퀴는 더 작은 원을 돌아야 하니 바깥쪽보다 더 많이 꺾여야 한다. 이것이 애커먼 조향(Ackermann Steering) 조건이다.
가장 바깥쪽 앞바퀴가 그리는 원의 반지름이 최소 회전 반경이다. 그리고 앞바퀴보다 뒷바퀴가 더 안쪽 원을 도는데, 안쪽 앞바퀴와 안쪽 뒷바퀴 궤적의 반지름 차이를 내륜차라 한다. 휠베이스가 긴 버스나 트럭이 우회전할 때 뒷바퀴가 인도 쪽으로 파고드는 이유다.
\(L = 2.7\) m, \(T = 1.56\) m, 안쪽 바퀴 최대 조향각 38°라 하자. \(R - T/2 = 2.7/\tan 38° = 3.46\) m이므로 \(R = 4.24\) m. 바깥쪽 바퀴는 \(\delta_o = \arctan(2.7/5.02) = 28.3°\)로 약 10° 덜 꺾인다. 최소 회전 반경은 \(\sqrt{5.02^2 + 2.7^2} = 5.70\) m, 내륜차는 \(\sqrt{3.46^2 + 2.7^2} - 3.46 = 0.93\) m다.
애커먼 기하: 네 바퀴의 축이 한 점에서 만난다
이 조건을 기구로 근사하는 방법이 애커먼 사다리꼴이다. 좌우 너클 암을 평행하게 두지 않고, 그 연장선이 뒤 차축 중심 부근에서 만나도록 안쪽으로 기울인다. 그러면 랙이 한쪽으로 움직일 때 안쪽 바퀴의 암은 더 큰 각도를, 바깥쪽 암은 더 작은 각도를 돈다. 앞 절의 랙 앤 피니언 시뮬레이터가 바로 이 배치로 계산한 것이다.
파워 스티어링: 유압에서 전동으로
정지 상태에서 앞바퀴를 꺾으려면 넓은 접지면을 노면에 비벼 돌려야 한다. 이때 랙에 필요한 힘은 대표적으로 수 kN에 이르러, 기어비만으로는 손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운전자의 조향을 도와주는 파워 스티어링이 쓰인다.
- 유압식(HPS): 엔진이 벨트로 돌리는 펌프가 압력을 만들고, 칼럼의 토션 바가 비틀린 만큼 회전 밸브가 열려 랙의 피스톤 한쪽에 유압을 보낸다. 감각은 자연스럽지만 직진 중에도 펌프가 계속 돌아 연료를 쓴다.
- 전동식(Electric Power Steering, EPS): 모터가 필요한 순간에만 힘을 보탠다. 연비에 유리하고, 무엇보다 소프트웨어로 조향 토크를 만들 수 있다. 차로 유지나 자동 주차(17장)가 가능해진 바탕이다.
EPS는 모터가 붙는 위치에 따라 칼럼형(C-EPS, 소형차), 피니언형(P-EPS), 랙형(R-EPS, 벨트와 볼 스크루로 랙을 직접 민다. 큰 추력이 필요한 중대형차)으로 나뉜다. 어느 방식이든 핵심은 토크 센서다. 입력축과 출력축 사이에 가는 토션 바를 넣고 그 비틀림 각을 재면 운전자가 주는 토크를 알 수 있다(강성은 대표적으로 약 2 N·m/° 안팎).
ECU는 측정한 운전자 토크 \(T_d\)와 차속 \(v\)로 어시스트 맵을 읽어 모터 토크 \(T_a\)를 정한다. 맵은 세 가지 성질을 갖는다. 직진 부근의 작은 토크에는 반응하지 않는 불감대, 토크가 커질수록 가파르게 커지는 부스트 곡선, 그리고 속도가 높을수록 줄어드는 이득이다. 주차할 때는 손가락으로 돌릴 만큼 가볍고, 고속에서는 묵직해서 작은 손떨림이 차로 변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밖에 능동 복원(휠을 중립으로 되돌림), 댐핑(고속에서 휠의 흔들림 억제), 마찰·관성 보상이 더해진다.
EPS 어시스트 맵
고속 선회와 자전거 모델
속도가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지름 \(R\)인 원을 속도 \(v\)로 돌려면 차는 원의 중심을 향해 \(a_y = v^2/R\)의 횡가속도를 가져야 하고, 그만큼의 힘 \(m v^2/R\)을 누군가 줘야 한다. 줄 수 있는 것은 타이어뿐이다. 그리고 7장에서 보았듯 타이어는 슬립각이 있어야 횡력을 낸다. 슬립각 \(\alpha\)는 바퀴가 향한 방향과 바퀴가 실제로 나아가는 방향 사이의 각이며, 작은 범위에서는 횡력이 슬립각에 비례한다: \(F_y = C_\alpha\,\alpha\). 비례 상수 \(C_\alpha\)가 코너링 강성이다.
1,500 kg 차가 100 km/h(27.8 m/s)로 반경 200 m 곡선을 돈다. \(a_y = 27.8^2/200 = 3.86\ \text{m/s}^2 \approx 0.39\,g\). 필요한 횡력은 \(1500 \times 3.86 = 5.8\) kN으로 차 무게의 39 %다. 같은 곡선을 140 km/h로 돌면 \(0.77\,g\)로 마른 노면 한계에 가까워진다. 속도의 제곱이다.
이제 저속의 애커먼 그림은 맞지 않는다. 바퀴들은 자기가 향한 방향에서 슬립각만큼 벗어나 움직이고, 선회 중심은 뒤 차축 연장선에서 앞쪽으로 옮겨 간다. 이 상황을 다루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가 자전거 모델(Bicycle Model, Single-Track Model)이다. 좌우 바퀴를 차축마다 하나로 합쳐, 차를 앞바퀴 하나와 뒷바퀴 하나를 가진 막대로 본다.
차체 좌표계에서 횡방향 속도 \(v_y\)와 요 레이트(Yaw Rate) \(r\)(수직축 둘레 회전 각속도) 두 개만을 상태로 잡으면 운동 방정식은 두 줄이다.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원을 도는 정상 원선회에서는 \(\dot v_y = \dot r = 0\), \(r = v/R\)이다. 모멘트 균형에서 앞뒤 횡력은 하중 배분대로 나뉜다: \(F_{yf} = m_f\,a_y\), \(F_{yr} = m_r\,a_y\) (\(m_f = m\,b/L\), \(m_r = m\,a/L\)는 앞·뒤 차축이 지는 질량). 기하 관계 \(\delta - \alpha_f + \alpha_r = L/R\)에 넣으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식이 나온다.
\(K\)는 앞 슬립각과 뒤 슬립각의 차이가 횡가속도에 따라 얼마나 벌어지는가를 말한다. 이 부호 하나가 차의 성격을 가른다.
\(m\) = 1,500 kg, 앞 하중 58 %(\(m_f\) = 870 kg, \(m_r\) = 630 kg), \(C_f\) = 110 kN/rad, \(C_r\) = 120 kN/rad. \(K = 870/110000 - 630/120000 = 0.00266\) rad/(m/s²) = 1.5 °/g. 반경 100 m를 80 km/h(22.2 m/s)로 돌면 \(a_y = 4.94\ \text{m/s}^2\). 기하학적 조향각 \(L/R = 0.027\) rad = 1.55°에 \(K a_y = 0.0131\) rad = 0.75°가 더해져 \(\delta = 2.30°\). 기어비 16이면 스티어링 휠로 약 37°다. 이때 \(\alpha_f = 2.24°\), \(\alpha_r = 1.49°\).
정상 원선회와 언더스티어 구배
언더스티어, 뉴트럴, 오버스티어
같은 원을 점점 빠르게 돈다고 하자. \(\delta = L/R + K a_y\)에서,
- \(K > 0\), 언더스티어(Understeer, US): 앞 슬립각이 뒤보다 빨리 커진다. 속도를 올릴수록 스티어링을 더 감아야 같은 원을 유지한다. 그대로 두면 차는 원 바깥으로 부풀어 나간다.
- \(K = 0\), 뉴트럴 스티어(Neutral Steer, NS): 속도와 무관하게 조향각이 \(L/R\)로 일정하다.
- \(K < 0\), 오버스티어(Oversteer, OS): 뒤 슬립각이 더 빨리 커진다. 속도를 올릴수록 스티어링을 풀어야 하고, 그대로 두면 차는 원 안쪽으로 말려 든다.
조향각에 대한 요 레이트의 비, 즉 요 게인을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r = v/R\)을 넣어 정리하면
언더스티어 차는 속도가 오를수록 조향에 둔해지지만 스스로 안정하다. 오버스티어 차는 속도가 오를수록 예민해지다가 임계 속도에서 손을 대지 않아도 스핀하려 한다. 그래서 양산 승용차는 예외 없이 약한 언더스티어로 설계한다. 위 계산 예의 차(\(K\) = 0.00266)는 특성 속도가 \(\sqrt{2.7/0.00266} = 31.9\) m/s, 약 115 km/h다.
무엇이 K를 정하는가
\(K = m_f/C_f - m_r/C_r\)이므로 '차축이 지는 무게에 비해 그 차축 타이어가 얼마나 단단히 버티는가'의 앞뒤 차이다. 설계자가 만질 수 있는 손잡이는 많다.
| 요인 | 언더스티어 쪽으로 | 이유 |
|---|---|---|
| 전후 하중 배분 | 앞이 무거울수록 | \(m_f\)가 커지면 앞 타이어가 더 큰 횡력을 내야 하므로 슬립각이 커진다. 엔진이 앞에 있는 FF 차가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인 이유. |
| 타이어·공기압 | 뒤 타이어가 넓거나 앞 공기압이 낮을수록 | 코너링 강성 \(C_f, C_r\)을 직접 바꾼다. |
| 롤 강성 배분 | 앞 스태빌라이저가 강할수록 | 좌우 하중 이동이 앞 차축에 몰린다. 타이어 횡력은 하중에 비례보다 덜 늘기 때문에(7장), 하중 이동이 큰 차축의 합계 그립이 줄어든다(9장). |
|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 롤 스티어·컴플라이언스 스티어 | 롤이나 횡력으로 부싱이 변형될 때 바퀴가 살짝 조향된다. 뒷바퀴가 선회 안쪽으로 토인되게 하면 언더스티어 쪽. |
| 구동 방식 | 전륜 구동 가속 시 | 구동력이 앞 타이어의 마찰원을 써 버려 횡력 여유가 준다. 후륜 구동은 반대로 가속 시 뒤가 빠진다(파워 오버스티어). 6장 |
| 공력 균형 | 뒤 다운포스가 클수록 | 고속에서 뒤 차축 하중이 늘어 뒤 그립이 커진다(12장). |
위의 \(K\)는 타이어가 선형인 일상 영역의 성질이다. 한편 서킷에서 "언더가 난다"고 할 때는 타이어가 포화한 한계 영역에서 앞이 먼저 미끄러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둘은 관련은 있지만 같지 않다. 일상 영역에서 언더스티어인 차도 한계에서 뒤가 먼저 놓일 수 있다. 한계 쪽은 다음 절에서 다룬다.
한계 거동: 앞이 밀리거나, 뒤가 돌거나
타이어 횡력은 슬립각에 끝없이 비례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슬립각 6~12° 부근에서 \(\mu F_z\)에 닿아 포화하고, 그 뒤로는 오히려 조금 줄어든다. 어느 차축이 먼저 포화하느냐에 따라 한계에서의 모습이 갈린다.
- 앞이 먼저 포화: 한계 언더스티어(푸시, 플라우). 스티어링을 더 감아도 차가 더 돌지 않고 접선 방향으로 밀려 나간다. 무섭지만 차의 자세는 안정하고, 본능대로 가속 페달을 놓아 속도를 줄이면 앞 그립이 돌아온다.
- 뒤가 먼저 포화: 한계 오버스티어. 뒤가 바깥으로 흘러 차가 선회 안쪽으로 돌아 들어간다. 요 모멘트를 붙잡아 주던 뒤 횡력이 사라졌으므로 회전은 스스로 커진다. 그대로 두면 스핀이다.
오버스티어를 잡는 방법이 카운터 스티어(Countersteer)다. 뒤가 흐르는 쪽, 즉 선회 반대 방향으로 스티어링을 돌려 앞 횡력을 줄이거나 반대로 만들어서 과도한 요 모멘트를 상쇄한다. 타이밍이 늦거나 풀어 주는 것이 늦으면 반대쪽으로 다시 스핀한다. 코너 한가운데서 가속 페달을 갑자기 놓으면 하중이 앞으로 옮겨 가 뒤 그립이 줄면서 오버스티어가 나는 리프트 오프 오버스티어도 같은 원리다(7장의 하중 이동).
아래 놀이터는 앞 절의 자전거 모델에 포화하는 타이어 곡선 \(F_y = \mu F_z \sin\!\big(C \arctan(B\alpha)\big)\)을 넣고 실시간으로 적분한다. 선형 이론이 예측한 것과 한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직접 몰아 볼 수 있다.
자전거 모델 주행 놀이터
과도 응답: 차는 조향에 바로 따라오지 않는다
정상 원선회는 충분히 기다린 뒤의 이야기다. 실제로 스티어링을 돌리면, 먼저 앞 타이어에 슬립각이 생겨 횡력이 나고, 그 힘이 차를 돌리기 시작하고(요), 차체가 돌아가야 비로소 뒤 타이어에도 슬립각이 생겨 횡력이 선다. 이 순서 때문에 요 레이트와 횡가속도는 조향보다 늦게 따라온다. 자전거 모델은 \(v_y\)와 \(r\) 두 상태를 가진 2차 시스템이므로, 그 응답은 고유 진동수와 감쇠비로 요약된다.
저속에서는 감쇠가 넉넉해(\(\zeta > 1\)) 요 레이트가 출렁임 없이 정상값으로 올라간다. 속도가 오르면 감쇠비가 떨어져, 급하게 조향하면 요 레이트가 정상값을 넘었다가(오버슈트) 흔들리며 수렴한다. 고속에서 급차선 변경 뒤 차 꼬리가 한두 번 흔들리는 느낌이 이것이다. 오버스티어 차는 \(1 + K v^2/L\)이 0이 되는 임계 속도에서 \(\omega_n^2\)이 0이 되고 그 위에서는 음수가 된다. 복원력이 없어져 응답이 발산한다는 뜻이다.
스텝 조향 응답과 요 게인
ESC와 능동 조향
보통 운전자는 평생 타이어의 선형 영역 안에서만 운전한다. 그래서 갑자기 한계를 넘어 차가 조향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올바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 차체 자세 제어)는 이 순간을 대신 맡는다. 아이디어는 이 장에서 배운 것 그대로다.
- 운전자의 의도를 계산한다. 조향각 센서와 휠 속도로부터, 자전거 모델이 말하는 목표 요 레이트 \(r_{des} = v\,\delta/(L + K v^2)\)를 구한다. 노면이 허락하는 한계 \(\mu g / v\)를 넘지 않게 자른다.
- 실제 거동을 잰다. 요 레이트 센서와 횡가속도 센서(13장)로 실제 \(r\)을 재고, 차체 슬립각 \(\beta\)를 추정한다.
- 차이가 크면 요 모멘트를 만든다. 바퀴 하나에만 제동을 걸면 그 제동력이 무게중심에서 옆으로 떨어진 곳에 작용하므로 차를 돌리는 모멘트가 생긴다. ABS(8장)의 유압 유닛으로 바퀴마다 압력을 따로 줄 수 있다. 동시에 엔진 토크를 줄여 속도를 낮춘다.
바퀴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오버스티어 때 바깥쪽 앞바퀴를 제동하면 제동력의 모멘트가 회전을 막을 뿐 아니라, 마찰원(7장)을 제동에 써 버린 그 바퀴의 횡력이 줄어 앞이 덜 파고든다. 두 효과가 같은 방향이다. 언더스티어 때 안쪽 뒷바퀴를 제동하면 모멘트가 차를 돌려 주고, 뒤 횡력이 조금 줄어 꼬리가 따라 나온다. 이미 포화한 앞바퀴는 건드리지 않는다.
ESC: 급차선 변경(더블 레인 체인지)
바퀴를 꺾는 다른 방법들
- 후륜 조향(Rear-Wheel Steering): 뒷바퀴를 액추에이터로 조금(대표적으로 최대 수 도, 일부 차는 10° 안팎) 꺾는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역위상)으로 꺾어 휠베이스가 짧아진 것처럼 회전 반경을 줄인다: \(R \approx L/(\delta_f + \delta_r)\).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동위상)으로 꺾어, 차체가 돌기를 기다리지 않고 뒤 횡력을 바로 세워 차선 변경을 안정시킨다.
- 가변 기어비(Variable Gear Ratio): 랙 톱니의 피치를 중앙과 양 끝에서 다르게 깎아, 직진 부근은 둔하게 큰 조향에서는 빠르게 만든다. 유성 기어 등으로 조향각을 더하는 능동 조향은 차속에 따라 비를 바꾼다.
-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by-Wire): 칼럼과 랙 사이의 기계적 연결을 없앤다. 휠 쪽 모터는 반력(조향감)을 만들고 랙 쪽 모터는 바퀴를 꺾는다. 기어비와 조향감을 완전히 소프트웨어로 정할 수 있지만, 기계적 백업이 없으므로 센서·모터·전원·통신을 이중화해야 한다(21장).
자율주행 차의 제어기는 "이 속도에서 조향을 이만큼 주면 차가 어디로 가는가"를 알아야 경로를 따라갈 수 있다. 그 답을 주는 차량 모델이 바로 이 장의 자전거 모델이다. 저속에서는 슬립을 무시한 운동학 모델 \(\tan\delta = L/R\)을 써서 퓨어 퍼슈트 같은 기하학적 추종을 하고, 고속에서는 \(v_y\)와 \(r\)을 상태로 갖는 동적 모델을 MPC의 예측 모델로 쓴다(20장). ESC 시뮬레이터의 운전자 모델도 퓨어 퍼슈트의 한 형태다.
핵심 정리
- 랙 앤 피니언은 휠의 회전을 랙의 직선 운동으로, 타이로드와 너클 암이 이를 다시 바퀴의 회전으로 바꾼다. 조향 기어비는 대표적으로 13~18, 락투락 2.5~3.2회전.
- 저속 선회에서는 네 바퀴의 축이 한 점에서 만나야 한다(애커먼). 안쪽 바퀴가 더 꺾이며 \(\cot\delta_o - \cot\delta_i = T/L\). 대표 조향각은 \(\tan\delta = L/R\).
- EPS는 토션 바의 비틀림으로 운전자 토크를 재고, 차속에 따라 달라지는 어시스트 맵으로 모터 토크를 더한다. 저속에서 크게, 고속에서 작게.
- 고속 선회에는 횡가속도 \(v^2/R\)이 필요하고, 타이어는 슬립각이 있어야 횡력을 낸다. 자전거 모델은 횡 운동과 요 운동 두 식으로 이를 기술한다.
- 정상 원선회의 조향각은 \(\delta = L/R + K a_y\), \(K = m_f/C_f - m_r/C_r\). \(K>0\)이면 언더스티어, \(K<0\)이면 오버스티어.
- 언더스티어 차는 특성 속도 \(\sqrt{L/K}\)에서 요 게인이 최대이고 항상 안정하다. 오버스티어 차는 임계 속도 \(\sqrt{-L/K}\) 위에서 불안정하다.
- 한계에서 앞이 먼저 포화하면 밀려 나가고, 뒤가 먼저 포화하면 스핀한다. 요 감쇠는 속도에 반비례해 줄어들어 고속일수록 응답이 출렁인다.
- ESC는 목표 요 레이트와 실제를 비교해 바퀴 하나를 제동한다. 오버스티어에는 바깥쪽 앞바퀴, 언더스티어에는 안쪽 뒷바퀴.
확인 퀴즈
Q1. 휠베이스 2.7 m인 차가 저속으로 뒤 차축 중심 기준 반경 5.4 m의 원을 돈다. 대표 조향각은?
Q2. 애커먼 조향에서 안쪽 앞바퀴가 바깥쪽보다 더 많이 꺾이는 이유는?
Q3. 언더스티어 구배 K > 0인 차로 같은 반경의 원을 점점 빠르게 돈다. 스티어링 휠은?
Q4. L = 2.7 m, K = 0.0027 rad/(m/s²)인 차의 특성 속도는?
Q5. 좌회전 중 뒤가 바깥으로 흘러 요 레이트가 목표보다 커졌다. ESC가 주로 제동하는 바퀴는?
Q6. EPS의 어시스트 이득을 고속에서 줄이는 주된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