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조향과 차량 거동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가 돈다. 이 당연한 일 뒤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손의 회전을 앞바퀴의 각도로 바꾸는 기구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바퀴가 꺾인 뒤 차체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동역학의 이야기다. 이 장은 랙 앤 피니언에서 출발해 자전거 모델,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그리고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 개입하는 ESC까지 간다.

조향 장치: 손에서 바퀴까지

오늘날 승용차의 조향 장치는 거의 모두 랙 앤 피니언(Rack and Pinion) 방식이다. 힘이 전달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스티어링 휠과 칼럼(Steering Column): 운전자의 회전을 받는다. 충돌 때 접히도록 만든다(11장).
  2. 중간축: 유니버설 조인트 두 개로 각도를 꺾어 엔진룸 아래의 기어 박스까지 회전을 보낸다.
  3. 피니언: 축 끝의 작은 기어. 회전 운동을 만든다.
  4. 랙: 톱니가 파인 긴 막대. 피니언과 맞물려 좌우 직선 운동을 한다.
  5. 타이로드(Tie Rod): 랙 양 끝에서 볼 조인트로 이어져, 서스펜션이 위아래로 움직여도 힘을 전한다.
  6. 너클 암과 너클: 타이로드가 너클 암을 밀고 당기면 너클이 조향축(킹핀축)을 중심으로 돌고, 거기 달린 바퀴가 꺾인다.
① 스티어링 휠 칼럼 ② 중간축 (유니버설 조인트) ③ 피니언 ④ 랙 (좌우 직선 운동) ⑤ 타이로드 킹핀축 ⑥ 너클 암 차 앞쪽 위에서 본 모습(랙이 차축 뒤에 있는 배치). 스티어링 휠과 칼럼은 펼쳐서 그렸다.
그림 10-1. 랙 앤 피니언 조향 장치. 피니언의 회전이 랙의 직선 운동으로, 다시 타이로드와 너클 암을 거쳐 킹핀축 둘레의 회전으로 바뀐다.

스티어링 휠을 돌린 각도와 앞바퀴가 꺾인 각도의 비가 조향 기어비(Steering Ratio)다. 피니언 피치 반지름을 \(r_p\), 너클 암의 유효 길이를 \(l_a\)라 하면 랙은 \(x = r_p\,\theta_{sw}\)만큼 움직이고 바퀴는 대략 \(\delta \approx x/l_a\)만큼 꺾인다.

$$i_s = \frac{\theta_{sw}}{\delta} \approx \frac{l_a}{r_p} = \frac{2\pi\, l_a}{c}$$
\(c = 2\pi r_p\)는 스티어링 휠 한 바퀴에 랙이 움직이는 거리(C-factor). 승용차의 조향 기어비는 대표적으로 약 13~18, 끝에서 끝까지 돌리는 락투락(Lock-to-Lock) 회전수는 약 2.5~3.2회전이다.

기어비가 작으면(빠른 조향) 조금만 돌려도 차가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만큼 손에 드는 힘이 커진다. 기어비가 크면 가볍고 둔하다. 조향 기어비는 지렛대의 비이기도 해서, 타이어가 노면에서 받는 큰 힘을 손이 감당할 수 있는 토크로 줄여 준다.

계산 예: 기어비와 락투락

\(c = 50\) mm/rev, 너클 암 유효 길이 \(l_a = 130\) mm이면 \(i_s \approx 2\pi \times 130 / 50 = 16.3\). 랙의 전체 행정이 144 mm(±72 mm)라면 락투락은 \(144/50 = 2.9\)회전이다. 큰 각도에서는 링크 기구의 비선형 때문에 실제 비가 이 값에서 벗어난다.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

SIMULATOR

랙 앤 피니언: 휠을 돌리면 바퀴가 꺾이기까지

스티어링 휠을 끌어서 돌린다
랙 이동—
왼쪽 바퀴—
오른쪽 바퀴—
기어비(중립 부근)—
락투락—
위에서 본 기구다. 타이로드 길이는 변하지 않으므로, 랙 끝과 너클 암 끝 사이 거리가 일정하다는 조건을 풀어 바퀴 각도를 구한다. 해볼 것: 왼쪽으로 끝까지 돌려 두 바퀴의 각도를 비교하자. 안쪽(왼쪽) 바퀴가 더 많이 꺾인다. 너클 암이 안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인데, 그 이유가 다음 절의 주제다. c를 키우면 락투락이 줄고 기어비가 작아진다.

조향축은 수직이 아니라 뒤로 기울어(캐스터) 있어서, 타이어 접지점이 조향축보다 뒤에 놓인다. 여기에 타이어 자체의 뉴매틱 트레일이 더해져, 선회 중인 타이어의 횡력은 바퀴를 직진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복원 토크를 만든다(7장, 9장). 코너를 돌고 손을 놓으면 휠이 저절로 풀리는 이유이며, 운전자가 손으로 읽는 '노면 감각'의 정체다.

저속 선회의 기하학: 애커먼 조향

주차장에서처럼 천천히 돌 때는 원심력이 거의 없어 타이어가 옆으로 미끄러질 필요가 없다. 네 바퀴가 모두 미끄러지지 않고 구르려면, 각 바퀴의 회전축을 연장한 선이 한 점(선회 중심)에서 만나야 한다. 뒷바퀴는 조향되지 않으므로 그 점은 뒤 차축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러면 안쪽 앞바퀴는 더 작은 원을 돌아야 하니 바깥쪽보다 더 많이 꺾여야 한다. 이것이 애커먼 조향(Ackermann Steering) 조건이다.

$$\tan\delta_i = \frac{L}{R - T/2},\qquad \tan\delta_o = \frac{L}{R + T/2},\qquad \cot\delta_o - \cot\delta_i = \frac{T}{L}$$
\(L\): 휠베이스, \(T\): 좌우 조향축 사이 거리(여기서는 윤거로 근사), \(R\): 선회 중심에서 뒤 차축 중심까지 거리, \(\delta_i, \delta_o\): 안쪽·바깥쪽 앞바퀴 조향각. 좌우를 하나로 합친 대표 조향각은 \(\tan\delta = L/R\).

가장 바깥쪽 앞바퀴가 그리는 원의 반지름이 최소 회전 반경이다. 그리고 앞바퀴보다 뒷바퀴가 더 안쪽 원을 도는데, 안쪽 앞바퀴와 안쪽 뒷바퀴 궤적의 반지름 차이를 내륜차라 한다. 휠베이스가 긴 버스나 트럭이 우회전할 때 뒷바퀴가 인도 쪽으로 파고드는 이유다.

$$R_{\min} = \sqrt{(R + T/2)^2 + L^2},\qquad \Delta_{\text{in}} = \sqrt{(R - T/2)^2 + L^2} - (R - T/2)$$
계산 예: 중형 승용차의 최대 조향

\(L = 2.7\) m, \(T = 1.56\) m, 안쪽 바퀴 최대 조향각 38°라 하자. \(R - T/2 = 2.7/\tan 38° = 3.46\) m이므로 \(R = 4.24\) m. 바깥쪽 바퀴는 \(\delta_o = \arctan(2.7/5.02) = 28.3°\)로 약 10° 덜 꺾인다. 최소 회전 반경은 \(\sqrt{5.02^2 + 2.7^2} = 5.70\) m, 내륜차는 \(\sqrt{3.46^2 + 2.7^2} - 3.46 = 0.93\) m다.

SIMULATOR

애커먼 기하: 네 바퀴의 축이 한 점에서 만난다

캔버스를 좌우로 끌어 선회 중심을 옮긴다
조향 방식
안쪽 바퀴 δᵢ—
바깥쪽 바퀴 δₒ—
선회 반경 R—
바깥 앞바퀴 반경—
내륜차—
앞바퀴 축 어긋남—
점선은 각 바퀴의 회전축 연장선, 옅은 원호는 네 바퀴가 그리는 궤적이다. 굵은 주황 구간이 내륜차다. 해볼 것: '평행 조향'으로 바꾸면 두 앞바퀴의 축이 뒤 차축선 위에서 윤거만큼 떨어진 두 점을 가리킨다. 두 바퀴가 서로 다른 중심을 돌려 하므로 어느 한쪽은 옆으로 끌려야 하고, 타이어가 닳고 조향이 무거워진다. 휠베이스를 늘리면 같은 조향각에서 반경과 내륜차가 어떻게 변하는가?

이 조건을 기구로 근사하는 방법이 애커먼 사다리꼴이다. 좌우 너클 암을 평행하게 두지 않고, 그 연장선이 뒤 차축 중심 부근에서 만나도록 안쪽으로 기울인다. 그러면 랙이 한쪽으로 움직일 때 안쪽 바퀴의 암은 더 큰 각도를, 바깥쪽 암은 더 작은 각도를 돈다. 앞 절의 랙 앤 피니언 시뮬레이터가 바로 이 배치로 계산한 것이다.

타이로드(랙 포함) 너클 암 킹핀 뒤 차축 중심 킹핀 간 거리 > 타이로드 길이 L
그림 10-2. 애커먼 사다리꼴. 너클 암의 연장선이 뒤 차축 중심에서 만나게 하면 애커먼 조건에 가까워진다. 실제 차는 타이어 슬립각과 패키징을 고려해 100 % 애커먼보다 조금 덜 주는 경우가 많다.

파워 스티어링: 유압에서 전동으로

정지 상태에서 앞바퀴를 꺾으려면 넓은 접지면을 노면에 비벼 돌려야 한다. 이때 랙에 필요한 힘은 대표적으로 수 kN에 이르러, 기어비만으로는 손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운전자의 조향을 도와주는 파워 스티어링이 쓰인다.

EPS는 모터가 붙는 위치에 따라 칼럼형(C-EPS, 소형차), 피니언형(P-EPS), 랙형(R-EPS, 벨트와 볼 스크루로 랙을 직접 민다. 큰 추력이 필요한 중대형차)으로 나뉜다. 어느 방식이든 핵심은 토크 센서다. 입력축과 출력축 사이에 가는 토션 바를 넣고 그 비틀림 각을 재면 운전자가 주는 토크를 알 수 있다(강성은 대표적으로 약 2 N·m/° 안팎).

운전자토크 T_d 토션 바토크 센서 EPS ECU어시스트 맵 모터+ 감속기 피니언·랙T_d + T_a 앞바퀴 차속·조향각CAN 기계적 연결 신호
그림 10-3. EPS의 구성. 운전자 토크는 기계적으로 그대로 전달되고(굵은 선), ECU가 토크 센서 값과 차속으로 정한 어시스트 토크를 모터가 더한다. 모터가 고장 나도 기계적 연결은 남는다.

ECU는 측정한 운전자 토크 \(T_d\)와 차속 \(v\)로 어시스트 맵을 읽어 모터 토크 \(T_a\)를 정한다. 맵은 세 가지 성질을 갖는다. 직진 부근의 작은 토크에는 반응하지 않는 불감대, 토크가 커질수록 가파르게 커지는 부스트 곡선, 그리고 속도가 높을수록 줄어드는 이득이다. 주차할 때는 손가락으로 돌릴 만큼 가볍고, 고속에서는 묵직해서 작은 손떨림이 차로 변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밖에 능동 복원(휠을 중립으로 되돌림), 댐핑(고속에서 휠의 흔들림 억제), 마찰·관성 보상이 더해진다.

SIMULATOR

EPS 어시스트 맵

어시스트 토크—
피니언 총 토크—
어시스트 비중—
랙 추력 (c = 50 mm/rev)—
교육용으로 단순화한 맵이다: \(T_a = k(v)\,(T_d - T_0)^{1.6}\), 불감대 \(T_0\) = 0.4 N·m, 모터 한계 55 N·m(피니언 환산). 굵은 곡선이 현재 차속, 옅은 곡선은 0·30·60·100·160 km/h다. 아래 막대는 피니언에 걸리는 토크 가운데 손과 모터의 몫이다. 해볼 것: 같은 3.5 N·m로 0 km/h와 120 km/h를 비교하자. 주차 때는 총 토크의 90 % 이상을 모터가 낸다.

고속 선회와 자전거 모델

속도가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지름 \(R\)인 원을 속도 \(v\)로 돌려면 차는 원의 중심을 향해 \(a_y = v^2/R\)의 횡가속도를 가져야 하고, 그만큼의 힘 \(m v^2/R\)을 누군가 줘야 한다. 줄 수 있는 것은 타이어뿐이다. 그리고 7장에서 보았듯 타이어는 슬립각이 있어야 횡력을 낸다. 슬립각 \(\alpha\)는 바퀴가 향한 방향과 바퀴가 실제로 나아가는 방향 사이의 각이며, 작은 범위에서는 횡력이 슬립각에 비례한다: \(F_y = C_\alpha\,\alpha\). 비례 상수 \(C_\alpha\)가 코너링 강성이다.

계산 예: 고속도로 램프

1,500 kg 차가 100 km/h(27.8 m/s)로 반경 200 m 곡선을 돈다. \(a_y = 27.8^2/200 = 3.86\ \text{m/s}^2 \approx 0.39\,g\). 필요한 횡력은 \(1500 \times 3.86 = 5.8\) kN으로 차 무게의 39 %다. 같은 곡선을 140 km/h로 돌면 \(0.77\,g\)로 마른 노면 한계에 가까워진다. 속도의 제곱이다.

이제 저속의 애커먼 그림은 맞지 않는다. 바퀴들은 자기가 향한 방향에서 슬립각만큼 벗어나 움직이고, 선회 중심은 뒤 차축 연장선에서 앞쪽으로 옮겨 간다. 이 상황을 다루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가 자전거 모델(Bicycle Model, Single-Track Model)이다. 좌우 바퀴를 차축마다 하나로 합쳐, 차를 앞바퀴 하나와 뒷바퀴 하나를 가진 막대로 본다.

v β α_fδ α_r F_yf F_yr 요 레이트 r b a L = a + b 무게중심 선회 중심 방향 ↑
그림 10-4. 자전거 모델. 파란 화살표는 각 지점의 실제 속도 방향이다. 앞바퀴는 향한 방향(점선)에서 \(\alpha_f\)만큼, 뒷바퀴는 \(\alpha_r\)만큼 벗어나 움직이며 그 대가로 횡력을 낸다. \(\beta\)는 차체가 향한 방향과 무게중심 속도 사이의 각(차체 슬립각)이다.

차체 좌표계에서 횡방향 속도 \(v_y\)와 요 레이트(Yaw Rate) \(r\)(수직축 둘레 회전 각속도) 두 개만을 상태로 잡으면 운동 방정식은 두 줄이다.

$$m\,(\dot v_y + v_x r) = F_{yf} + F_{yr},\qquad I_z\,\dot r = a\,F_{yf} - b\,F_{yr}$$ $$\alpha_f = \delta - \frac{v_y + a\,r}{v_x},\qquad \alpha_r = -\frac{v_y - b\,r}{v_x},\qquad F_{yf} = C_f\,\alpha_f,\quad F_{yr} = C_r\,\alpha_r$$
\(m\): 질량, \(I_z\): 요 관성 모멘트, \(a, b\): 무게중심에서 앞·뒤 차축까지 거리, \(C_f, C_r\): 차축 단위(좌우 합) 코너링 강성. 첫 식은 횡방향 힘의 균형, 둘째 식은 요 모멘트의 균형이다.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원을 도는 정상 원선회에서는 \(\dot v_y = \dot r = 0\), \(r = v/R\)이다. 모멘트 균형에서 앞뒤 횡력은 하중 배분대로 나뉜다: \(F_{yf} = m_f\,a_y\), \(F_{yr} = m_r\,a_y\) (\(m_f = m\,b/L\), \(m_r = m\,a/L\)는 앞·뒤 차축이 지는 질량). 기하 관계 \(\delta - \alpha_f + \alpha_r = L/R\)에 넣으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식이 나온다.

$$\delta = \frac{L}{R} + K\,a_y,\qquad K = \frac{m_f}{C_f} - \frac{m_r}{C_r}$$
\(L/R\): 저속에서 필요한 기하학적 조향각(애커먼 각). \(K\): 언더스티어 구배(Understeer Gradient). 단위는 rad/(m/s²)이며 흔히 \(g\)를 곱해 °/g로 쓴다. 승용차는 대표적으로 약 1~3 °/g.

\(K\)는 앞 슬립각과 뒤 슬립각의 차이가 횡가속도에 따라 얼마나 벌어지는가를 말한다. 이 부호 하나가 차의 성격을 가른다.

계산 예: 조향각은 얼마나 더 필요한가

\(m\) = 1,500 kg, 앞 하중 58 %(\(m_f\) = 870 kg, \(m_r\) = 630 kg), \(C_f\) = 110 kN/rad, \(C_r\) = 120 kN/rad. \(K = 870/110000 - 630/120000 = 0.00266\) rad/(m/s²) = 1.5 °/g. 반경 100 m를 80 km/h(22.2 m/s)로 돌면 \(a_y = 4.94\ \text{m/s}^2\). 기하학적 조향각 \(L/R = 0.027\) rad = 1.55°에 \(K a_y = 0.0131\) rad = 0.75°가 더해져 \(\delta = 2.30°\). 기어비 16이면 스티어링 휠로 약 37°다. 이때 \(\alpha_f = 2.24°\), \(\alpha_r = 1.49°\).

SIMULATOR

정상 원선회와 언더스티어 구배

횡가속도—
조향각 δ (휠)—
앞 슬립각 α_f—
뒤 슬립각 α_r—
차체 슬립각 β—
언더스티어 구배 K—
특성/임계 속도—
위: 왼쪽으로 원을 도는 차(각도는 4배 과장). 점선은 바퀴가 향한 방향, 가는 화살표는 그 지점의 실제 속도, 보라색 화살표는 타이어 횡력이다. 아래: 같은 반경에서 횡가속도를 올릴 때 필요한 조향각(정반경 시험). 선형 타이어 모델이므로 약 0.4 g까지가 믿을 만한 범위다. 해볼 것: 속도를 올리면 β가 양(코가 바깥을 봄)에서 음(코가 안쪽을 봄)으로 바뀐다. 앞 하중을 45 %로, C_r을 80으로 내리면 직선이 아래로 기울어 오버스티어가 된다.

언더스티어, 뉴트럴, 오버스티어

같은 원을 점점 빠르게 돈다고 하자. \(\delta = L/R + K a_y\)에서,

조향각에 대한 요 레이트의 비, 즉 요 게인을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r = v/R\)을 넣어 정리하면

$$\frac{r}{\delta} = \frac{v}{L + K v^2},\qquad v_{ch} = \sqrt{\frac{L}{K}}\ (K>0),\qquad v_{cr} = \sqrt{\frac{L}{-K}}\ (K<0)$$
\(v_{ch}\): 특성 속도. 언더스티어 차의 요 게인이 최대가 되는 속도이며, 이때 필요한 조향각은 저속의 정확히 2배다. \(v_{cr}\): 임계 속도. 오버스티어 차의 요 게인이 무한대가 되는 속도로, 이를 넘으면 직진 자체가 불안정하다.

언더스티어 차는 속도가 오를수록 조향에 둔해지지만 스스로 안정하다. 오버스티어 차는 속도가 오를수록 예민해지다가 임계 속도에서 손을 대지 않아도 스핀하려 한다. 그래서 양산 승용차는 예외 없이 약한 언더스티어로 설계한다. 위 계산 예의 차(\(K\) = 0.00266)는 특성 속도가 \(\sqrt{2.7/0.00266} = 31.9\) m/s, 약 115 km/h다.

무엇이 K를 정하는가

\(K = m_f/C_f - m_r/C_r\)이므로 '차축이 지는 무게에 비해 그 차축 타이어가 얼마나 단단히 버티는가'의 앞뒤 차이다. 설계자가 만질 수 있는 손잡이는 많다.

요인언더스티어 쪽으로이유
전후 하중 배분앞이 무거울수록\(m_f\)가 커지면 앞 타이어가 더 큰 횡력을 내야 하므로 슬립각이 커진다. 엔진이 앞에 있는 FF 차가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인 이유.
타이어·공기압뒤 타이어가 넓거나 앞 공기압이 낮을수록코너링 강성 \(C_f, C_r\)을 직접 바꾼다.
롤 강성 배분앞 스태빌라이저가 강할수록좌우 하중 이동이 앞 차축에 몰린다. 타이어 횡력은 하중에 비례보다 덜 늘기 때문에(7장), 하중 이동이 큰 차축의 합계 그립이 줄어든다(9장).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롤 스티어·컴플라이언스 스티어롤이나 횡력으로 부싱이 변형될 때 바퀴가 살짝 조향된다. 뒷바퀴가 선회 안쪽으로 토인되게 하면 언더스티어 쪽.
구동 방식전륜 구동 가속 시구동력이 앞 타이어의 마찰원을 써 버려 횡력 여유가 준다. 후륜 구동은 반대로 가속 시 뒤가 빠진다(파워 오버스티어). 6장
공력 균형뒤 다운포스가 클수록고속에서 뒤 차축 하중이 늘어 뒤 그립이 커진다(12장).
'언더스티어'는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위의 \(K\)는 타이어가 선형인 일상 영역의 성질이다. 한편 서킷에서 "언더가 난다"고 할 때는 타이어가 포화한 한계 영역에서 앞이 먼저 미끄러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둘은 관련은 있지만 같지 않다. 일상 영역에서 언더스티어인 차도 한계에서 뒤가 먼저 놓일 수 있다. 한계 쪽은 다음 절에서 다룬다.

한계 거동: 앞이 밀리거나, 뒤가 돌거나

타이어 횡력은 슬립각에 끝없이 비례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슬립각 6~12° 부근에서 \(\mu F_z\)에 닿아 포화하고, 그 뒤로는 오히려 조금 줄어든다. 어느 차축이 먼저 포화하느냐에 따라 한계에서의 모습이 갈린다.

오버스티어를 잡는 방법이 카운터 스티어(Countersteer)다. 뒤가 흐르는 쪽, 즉 선회 반대 방향으로 스티어링을 돌려 앞 횡력을 줄이거나 반대로 만들어서 과도한 요 모멘트를 상쇄한다. 타이밍이 늦거나 풀어 주는 것이 늦으면 반대쪽으로 다시 스핀한다. 코너 한가운데서 가속 페달을 갑자기 놓으면 하중이 앞으로 옮겨 가 뒤 그립이 줄면서 오버스티어가 나는 리프트 오프 오버스티어도 같은 원리다(7장의 하중 이동).

아래 놀이터는 앞 절의 자전거 모델에 포화하는 타이어 곡선 \(F_y = \mu F_z \sin\!\big(C \arctan(B\alpha)\big)\)을 넣고 실시간으로 적분한다. 선형 이론이 예측한 것과 한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직접 몰아 볼 수 있다.

SIMULATOR

자전거 모델 주행 놀이터

차량 세팅
속도—
요 레이트—
횡가속도—
차체 슬립각 β—
슬립각 앞 / 뒤—
상태—
조향 방법 세 가지: 슬라이더(값이 유지됨), 캔버스를 좌우로 끌기, 캔버스를 누른 뒤 ← → 키(둘 다 놓으면 중립으로 돌아옴). 왼쪽이 +다. 격자 한 칸은 10 m, 점선 원은 반경 30 m 스키드 패드다. 궤적이 빨갛게 변하는 구간은 어느 한 차축이 포화한 곳이다. 아래 그래프의 점선은 슬립이 없을 때의 기하학적 요 레이트 \(v\delta/L\)이다. 해볼 것: ① 언더스티어 세팅, 50 km/h에서 휠 +110° 부근이면 반경 30 m 원을 돈다. 그대로 65 km/h로 올리면 원이 부풀고, 휠을 끝까지 감아도 앞 슬립각만 커질 뿐 원은 줄지 않는다. ② 오버스티어 세팅은 임계 속도가 약 80 km/h다. 100 km/h에서 살짝 조향했다 놓아 보자. ③ 스핀이 시작될 때 반대로 끌어 카운터 스티어로 잡아 보자.

과도 응답: 차는 조향에 바로 따라오지 않는다

정상 원선회는 충분히 기다린 뒤의 이야기다. 실제로 스티어링을 돌리면, 먼저 앞 타이어에 슬립각이 생겨 횡력이 나고, 그 힘이 차를 돌리기 시작하고(요), 차체가 돌아가야 비로소 뒤 타이어에도 슬립각이 생겨 횡력이 선다. 이 순서 때문에 요 레이트와 횡가속도는 조향보다 늦게 따라온다. 자전거 모델은 \(v_y\)와 \(r\) 두 상태를 가진 2차 시스템이므로, 그 응답은 고유 진동수와 감쇠비로 요약된다.

$$\omega_n^2 = \frac{C_f C_r L^2}{m I_z v^2}\left(1 + \frac{K v^2}{L}\right),\qquad 2\zeta\omega_n = \frac{C_f + C_r}{m v} + \frac{a^2 C_f + b^2 C_r}{I_z v}$$
\(\omega_n\): 요 운동의 고유 각진동수, \(\zeta\): 요 감쇠비. 감쇠 항이 \(1/v\)에 비례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타이어가 요 운동을 붙잡는 힘은 속도가 오를수록 약해진다.

저속에서는 감쇠가 넉넉해(\(\zeta > 1\)) 요 레이트가 출렁임 없이 정상값으로 올라간다. 속도가 오르면 감쇠비가 떨어져, 급하게 조향하면 요 레이트가 정상값을 넘었다가(오버슈트) 흔들리며 수렴한다. 고속에서 급차선 변경 뒤 차 꼬리가 한두 번 흔들리는 느낌이 이것이다. 오버스티어 차는 \(1 + K v^2/L\)이 0이 되는 임계 속도에서 \(\omega_n^2\)이 0이 되고 그 위에서는 음수가 된다. 복원력이 없어져 응답이 발산한다는 뜻이다.

SIMULATOR

스텝 조향 응답과 요 게인

차량 세팅
정상 요 게인—
오버슈트—
90 % 도달 시간—
고유 진동수—
감쇠비 ζ—
특성/임계 속도—
위: t = 0에 앞바퀴를 1°(스티어링 휠 약 16°) 꺾고 유지했을 때의 요 레이트(선형 자전거 모델, m = 1,500 kg, I_z = 2,500 kg·m²). 아래: 속도에 따른 정상 요 게인. 점선은 뉴트럴 스티어(\(v/L\)). 해볼 것: 언더스티어 세팅에서 속도를 올리면 정상값이 특성 속도에서 최대가 된 뒤 줄어들고, 오버슈트가 커진다. 오버스티어 세팅에서 속도를 임계 속도 위로 올리면 곡선이 수렴하지 않고 위로 달아난다.

ESC와 능동 조향

보통 운전자는 평생 타이어의 선형 영역 안에서만 운전한다. 그래서 갑자기 한계를 넘어 차가 조향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올바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 차체 자세 제어)는 이 순간을 대신 맡는다. 아이디어는 이 장에서 배운 것 그대로다.

  1. 운전자의 의도를 계산한다. 조향각 센서와 휠 속도로부터, 자전거 모델이 말하는 목표 요 레이트 \(r_{des} = v\,\delta/(L + K v^2)\)를 구한다. 노면이 허락하는 한계 \(\mu g / v\)를 넘지 않게 자른다.
  2. 실제 거동을 잰다. 요 레이트 센서와 횡가속도 센서(13장)로 실제 \(r\)을 재고, 차체 슬립각 \(\beta\)를 추정한다.
  3. 차이가 크면 요 모멘트를 만든다. 바퀴 하나에만 제동을 걸면 그 제동력이 무게중심에서 옆으로 떨어진 곳에 작용하므로 차를 돌리는 모멘트가 생긴다. ABS(8장)의 유압 유닛으로 바퀴마다 압력을 따로 줄 수 있다. 동시에 엔진 토크를 줄여 속도를 낮춘다.
오버스티어: 뒤가 바깥으로 흐른다 바깥쪽 앞바퀴 제동 → 선회 반대 방향 모멘트 점선: 운전자가 의도한 경로 언더스티어: 앞이 밀려 나간다 안쪽 뒷바퀴 제동 → 선회 방향 모멘트
그림 10-5. 좌회전 중 ESC의 개입. 빨간 화살표는 제동력, 보라색은 그 제동력이 만드는 보정 요 모멘트다. 오버스티어에는 바깥쪽 앞바퀴, 언더스티어에는 안쪽 뒷바퀴를 쓴다.

바퀴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오버스티어 때 바깥쪽 앞바퀴를 제동하면 제동력의 모멘트가 회전을 막을 뿐 아니라, 마찰원(7장)을 제동에 써 버린 그 바퀴의 횡력이 줄어 앞이 덜 파고든다. 두 효과가 같은 방향이다. 언더스티어 때 안쪽 뒷바퀴를 제동하면 모멘트가 차를 돌려 주고, 뒤 횡력이 조금 줄어 꼬리가 따라 나온다. 이미 포화한 앞바퀴는 건드리지 않는다.

SIMULATOR

ESC: 급차선 변경(더블 레인 체인지)

차량 성향
노면
ESC 끔—
ESC 켬—
최대 |β| 끔 / 켬—
지금 제동 중인 바퀴—
속도 끔 / 켬—
같은 차, 같은 운전자 모델(앞을 내다보고 경로를 따라가는 조향, 조향 속도 제한 있음)로 장애물 회피 코스를 달린다. 빨간 차는 ESC 없음, 파란 차는 ESC 있음. 왼쪽 위 확대 그림에서 빨갛게 표시된 바퀴가 지금 제동 중인 바퀴다. 아래 그래프는 요 레이트이며 점선이 ESC가 계산한 목표값, 음영은 ESC가 개입한 구간이다. 해볼 것: '뒤가 가벼운 차'로 속도를 올려 가며 ESC 없는 차가 스핀하기 시작하는 속도를 찾자. 눈길에서는 그 속도가 얼마나 내려가는가? '앞이 무거운 차'는 스핀 대신 코스를 벗어난다. ESC도 물리 법칙을 바꾸지는 못한다. 속도가 너무 높으면 둘 다 실패한다.

바퀴를 꺾는 다른 방법들

자율주행 제어의 출발점

자율주행 차의 제어기는 "이 속도에서 조향을 이만큼 주면 차가 어디로 가는가"를 알아야 경로를 따라갈 수 있다. 그 답을 주는 차량 모델이 바로 이 장의 자전거 모델이다. 저속에서는 슬립을 무시한 운동학 모델 \(\tan\delta = L/R\)을 써서 퓨어 퍼슈트 같은 기하학적 추종을 하고, 고속에서는 \(v_y\)와 \(r\)을 상태로 갖는 동적 모델을 MPC의 예측 모델로 쓴다(20장). ESC 시뮬레이터의 운전자 모델도 퓨어 퍼슈트의 한 형태다.

핵심 정리

  1. 랙 앤 피니언은 휠의 회전을 랙의 직선 운동으로, 타이로드와 너클 암이 이를 다시 바퀴의 회전으로 바꾼다. 조향 기어비는 대표적으로 13~18, 락투락 2.5~3.2회전.
  2. 저속 선회에서는 네 바퀴의 축이 한 점에서 만나야 한다(애커먼). 안쪽 바퀴가 더 꺾이며 \(\cot\delta_o - \cot\delta_i = T/L\). 대표 조향각은 \(\tan\delta = L/R\).
  3. EPS는 토션 바의 비틀림으로 운전자 토크를 재고, 차속에 따라 달라지는 어시스트 맵으로 모터 토크를 더한다. 저속에서 크게, 고속에서 작게.
  4. 고속 선회에는 횡가속도 \(v^2/R\)이 필요하고, 타이어는 슬립각이 있어야 횡력을 낸다. 자전거 모델은 횡 운동과 요 운동 두 식으로 이를 기술한다.
  5. 정상 원선회의 조향각은 \(\delta = L/R + K a_y\), \(K = m_f/C_f - m_r/C_r\). \(K>0\)이면 언더스티어, \(K<0\)이면 오버스티어.
  6. 언더스티어 차는 특성 속도 \(\sqrt{L/K}\)에서 요 게인이 최대이고 항상 안정하다. 오버스티어 차는 임계 속도 \(\sqrt{-L/K}\) 위에서 불안정하다.
  7. 한계에서 앞이 먼저 포화하면 밀려 나가고, 뒤가 먼저 포화하면 스핀한다. 요 감쇠는 속도에 반비례해 줄어들어 고속일수록 응답이 출렁인다.
  8. ESC는 목표 요 레이트와 실제를 비교해 바퀴 하나를 제동한다. 오버스티어에는 바깥쪽 앞바퀴, 언더스티어에는 안쪽 뒷바퀴.

확인 퀴즈

Q1. 휠베이스 2.7 m인 차가 저속으로 뒤 차축 중심 기준 반경 5.4 m의 원을 돈다. 대표 조향각은?

\(\tan\delta = L/R = 2.7/5.4 = 0.5\)이므로 \(\delta = 26.6°\). 각이 커서 \(\delta \approx L/R = 28.6°\)라는 소각 근사는 조금 어긋난다.

Q2. 애커먼 조향에서 안쪽 앞바퀴가 바깥쪽보다 더 많이 꺾이는 이유는?

미끄러짐 없이 구르려면 모든 바퀴의 회전축이 뒤 차축 연장선 위의 한 점을 지나야 한다. 안쪽 바퀴는 그 점에 더 가까우므로 \(\tan\delta_i = L/(R - T/2)\)로 각이 더 크다.

Q3. 언더스티어 구배 K > 0인 차로 같은 반경의 원을 점점 빠르게 돈다. 스티어링 휠은?

\(\delta = L/R + K a_y\)에서 \(a_y = v^2/R\)이 커지면 \(K>0\)일 때 필요한 조향각이 늘어난다. 앞 슬립각이 뒤보다 빨리 커지기 때문이다. 푸는 쪽은 오버스티어, 일정한 쪽은 뉴트럴이다.

Q4. L = 2.7 m, K = 0.0027 rad/(m/s²)인 차의 특성 속도는?

\(v_{ch} = \sqrt{L/K} = \sqrt{1000} = 31.6\) m/s ≈ 114 km/h. 이 속도에서 요 게인 \(v/(L+Kv^2)\)이 최대이고, 필요한 조향각은 저속의 2배다.

Q5. 좌회전 중 뒤가 바깥으로 흘러 요 레이트가 목표보다 커졌다. ESC가 주로 제동하는 바퀴는?

오버스티어 상황이므로 바깥쪽 앞바퀴, 좌회전에서는 오른쪽 앞바퀴다. 오른쪽에 걸린 제동력은 차를 시계 방향(선회 반대)으로 돌리려 하고, 그 바퀴의 횡력도 줄어 앞이 덜 파고든다. 왼쪽 뒷바퀴는 언더스티어일 때 쓴다.

Q6. EPS의 어시스트 이득을 고속에서 줄이는 주된 이유는?

정차 중에는 타이어를 비벼 돌리는 큰 힘이 필요해 어시스트가 커야 한다. 달리는 중에는 필요한 힘이 작고, 같은 조향각이 만드는 횡가속도가 크므로 휠이 가벼우면 불안하다. 그래서 차속이 오를수록 맵의 이득을 낮춘다.